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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about 거버넌스

협치에 대하여...

by Back2Analog 2017. 6. 26.

협치에 대하여... 
페친 중 한 분이 협치에 대한 고견을 '공개'적으로 구하시길래, 고견이 아닌 한 개인의 협소한 소견일뿐만 아니라, 댓글로 쓰다보니 너무 장황해져서... ㅠㅠ

1. 당위적 관점과 실리적 관점으로 본 협치...
인류가 물리적으로 더 강한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생존전략의 하나로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듯, 협치 또한 결핍을 인식한 양자가 그 결핍을 해소하고 상호 보완할 목적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핍이 없는 대상에게 왜 협치하지 않느냐고 일방적으로 윽박질러서는 협치가 되지 않는다는...
2. 협치의 양가적 쓸모...
그런 의미에서 마오가 중국혁명을 위해 국민당과 손을 잡은 이른바 국공합작(통일전선 전술?)에서 볼 수 있듯이 한쪽의 결핍이 해소되면 다른 쪽은 쫓겨날 수도 있다는 측면과, 힘이 약한 쪽은 큰 힘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힘을 기를 수도 있다는... 음... 제가 너무 나갔나요? 힘의 관계를 명확히 진단하지 않고 단순히 당위만 가지고 주장할 게 아니라는 의미로... ^^
3. 협치의 주체와 역할...
협치의 한 당사자가 주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다른 당사자는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바람을 막는 나그네처럼 옷깃을 더 강하게 여밀 수밖에 없지요. 협치는 서로 역할의 보완을 통해 각자가 추구하는 상대적 가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협치에서 주체성(=주체의 성장?)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파이의 크기가 뻔한데, 그 파이는 원래 내 것이니 협치를 통해 내가 더 많이 먹겠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런 협치에 응하겠습니까? 협치를 하려면 적어도 함께 협력해 파이의 크기를 키우고, 협치를 통해 커진 파이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주체가 아닌 역할로서의 비전을 협치의 당사자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버마스의 뒤를 잇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과학자인 니클라스 루만은 '사회의 교육체계'라는 책에서 "정치, 경제, 교육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체계는 맹목적으로 자신의 확대 재생산에만 몰입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협치는 이 사회의 필요성으로부터 비롯하였으되, 각자의 칸막이에 갇혀 이 사회를 구조적 멸망으로 이끌고 있는 각 체계들이,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이 속한 체계의 사회적 쓸모를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자신이 주장해 왔던 최선이 아닌 다른 체계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서로에세 필요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그 합의의 실천이 곧 사회의 성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주장해 봅니다. ^^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