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명언?

며칠 전부터 사춘기로 힘들어 하는 중3 딸에게 출근하기 전, “아빠의 명언”을 문자로 보내주고 있다.

아빠와 명언이라는 조합이 서로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 물어봤더니...

좋다고 자기 직장 들어갈 때까지 보내달라고... ㅠㅠ

두 딸을 키우며... 사실 내가 키운게 아니지만, 육아일기를 써 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언제 처음 아빠라고 말했는지, 언제 처음 뒤짚었으며, 언제 처음 걷기 시작했는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아이가 유치원 쯤 다니기 시작했던 터라 그냥 포기를...

이제부터라도 육아일기는 아니지만 딸과 주고받은 문자라도 기록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나면 모두 소중한 기억들일테니...

오늘은 그동안 딸에게 보낸 잔소리 같은 “아빠의 명언”을 남긴다.

앞으로 은기에게 아침마다 아빠의 명언을 하나씩 보내주마...

아빠의 명언 1. (180410)

은기의 오늘이 어제보다 행복하기를... 그 오늘이 쌓이고 쌓여 내일의 행복이 될지니...

아빠의 명언 2. (180411)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가 진정한 내가 아니듯,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엄마? 아빠? 친구?)도 진정한 그가 아닐지 모른다. 

학교 잘 다녀와~~~ㅇ

아빠의 명언 3. (180412)

아빠가 살면서 경험한 끝이 없는 것 3가지...

1. 우주... 만약 우주의 끝이 있다면 그 끝의 다음은 도대체 뭘까?

2. 노력... 나는 할만큼 했다... 고 말할 때 그 ‘할만큼’의 기준은 도대체 뭘까? 

3.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은기야... 전학 결정 후 엄마가 계속 우울해 보여서 걱정이구나... 남은 며칠은... 엄마가 바라는 은기 모습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아빠의 명언 4. (180413)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도 그렇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아빠의 명언 5. (180416)

슬럼프에 빠진 운동 선수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무언가 하기 싫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그 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날씨 좋네~ 학교 잘 다녀 왕~

아빠의 명언 6. (180417)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내가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다면 난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고, 부정적인 면만 본다면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아빠는 오늘도 은기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출근한다. ^^

학교 잘 다녀 왕~

아빠의 명언 7. (180418)

매일 아침 

은기를 생각하며 보내는 이 문자가 

은기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그리고, 잔소리로 여겨지지 않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아빠는 괴로워 했다. 

은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은슈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새벽에도 

잠자리에 있는 가족을 보며 일터로 향한다. 

아빠의 명언 8. (180419)

오늘은 아빠가 중학교 때 좋아했던 시 한 편...

그 때는 이 시를 줄줄 외웠는데...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를 닮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 내 비가 내리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더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혀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아빠의 명언 9. (180420)

‘다르다’와 ‘틀리다’

은기와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다만 은기와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뿐...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나와 ‘다른’ 존재일 뿐...

그 다른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모여 사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고, 학교고, 마을이고, 이 세상이다. 

학교 잘 다녀 와~

엄마... 안심시켜 주는 거 잊지 마~

아빠의 명언 10. (180423)

가뜩이나 학교 가기 싫은 월요일에 비까지 오네......

라고 생각하지 말고 비가 갠 후의 상쾌함을 상상해 보렴~ ^^

은기는 다소 불편할지 모르지만, 비를 기다려온 농부에게는 단비일지도 모르니... 

아빠의 명언 11. (180424)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된 결과의 절반은 내 탓이다. 

그리고 오롯이 내가 이룬 성과라고 생각이 들어도 그 절반은 또한 남의 덕이다. 

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비가 갤려나 보다. 오늘 공기는 오랜만의 좋겠네. 맑은 공기 맘껏 마시고, 좋은 생각만 하기를... ^^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