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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근대교육의 종말

조선일보와 대형교회의 보수 연대

by Back2Analog 2018. 10. 28.

지난 10월 26일,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떴. 아이가 마루타냐”, “문제 없다혁신학교 추진에 쪼개진 초등학교 (한동희권오은 기자) 클릭하면 기사로 이동...

조선일보는 혁신학교 추진으로 인해 초등학교가 쪼개졌다고 기사를 썼다. 역시 대단한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길이 없다. 대신 일반 상식에 기대 대단한 조선일보 기사를 '편파적'으로 한번 쪼개 보고자 한다. 


상식에 기초해 논란의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자. 

온수초에서 1Km 안되는 거리에 조선일보만큼이나 대단한 초대형 교회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대형교회는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기사대로 온수초등학교가 쪼개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배경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해 보기로 했다. 그저... 의심이다. 




교회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이 교회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재 규모로도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능가한다. 본당 좌석수만 150석도, 1,500석도 아닌 무려 15,000석이다. 교회가 큰 게 무슨 죄냐고 되물을 수 있다. 단순히 교회가 크다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종교가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그저 인간일 뿐인 목사의 가치, 신념, 그리고 도덕성에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도들이 좌지우지 된다면? 그것은 자칫 중대한 범죄로 나아갈 수도 있다.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다. 이름하야 '이단 김밥집 폐쇄 사건'이다. 당시 한겨레 신문 기사를 링크한다. ("여긴 이단 김밥집, 절대 가지말라"... 한 교회의 횡포. 허재현 기자. 2013/6/3.)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00교회에 출석했던 여성 신자 하나가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교회 내에서 그녀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이단이라고 대놓고 선포한 것이다. 이로 인해 00교회 교인들을 위시한 세력으로부터 모욕 및 영업을 방해받은 끝에 장사를 접어야 했다. 이에 00교회를 향한 거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교회 측에서는 "해당 김밥집 주인이 신천지 교인이었으며, 성도들을 '미혹'하려 했기에 교회 방어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던 일"이라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00교회를 다니다 그만둔 것은 맞으나, 신천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성결교회 계열 개척교회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출처: 나무위키)

세상에 정치적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립은 그 자체로 힘이 있는 자를 지지하는 대단히 강력한 정치행위이다. 그렇다면... 대형 교회의 이념 편향은 인간이 아닌 신의 뜻일까?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목사가 성직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문제이다. 소위 개신교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종파는 1517년 마르틴 루터가 타락한 로마 카톨릭의 권위에 맞서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종교개혁에서 비롯되었다. 애초에 종교개혁파들은 성경을 원문으로 해석하고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강조함으로써 교황과 사제들 보다 성경의 권위를 더 높이 두었다. 하여 개신교의 목사는 성직자라기 보다는 당시 어려운 라틴어로 쓰여진 성경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면죄부를 팔아 교회를 지으려고 하는 교황을 보며 느꼈을 것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하나님의 권위를 대리하는 그 어떤 인간도 필요 없다는 사실을...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인간 사이를 그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하지만, 신과 인간 사이에 위치해 있는 목사가 성직자를 자처하며 신도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세속의 이념과 결합하여 성경을 '해설' 한다면 과거 면죄부를 팔았던 로마 카톨릭의 교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와 별개로 00교회 내의 지나친 보수적 편향 논란도 존재한다. 실제로 설교 중, 특히 청소년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흰돌산기도원 교회 수련회에서 두드러지는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대놓고 찬양하고 보수적 사고관을 강요하고 진보적 정치사상을 배격하는 행위가 만연하다는 것.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야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것을 정치학 강의 시간도 아닌 예배 시간에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 청년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출처: 나무위키)


조선일보의 혁신학교 관련 기사를 쪼개겠다고 해 놓고, 왜 엉뚱하게 대형교회 비판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그저 '의심'이다. 생각이라는 걸 한번 해 보자. 초등학교 1Km 안에 초슈퍼 울트라급 대형 교회가 있다. 그 신도들의 자녀들도 학교를 다닐 것이고, 이미 교회로부터 편향된 이념의 세례를 잔뜩 받아온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이른바 진보 사탄의 대명사인 혁신학교가 된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겠는가?  예의 개신교 신자들이 가지고 있는 그 광적인 열렬함으로, 마치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러 떠나는 십자군의 사명감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견을 이단으로, 진보를 마녀로 몰아 숨통을 끊어놓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물론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모든 학부모가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한 채 대형교회와 모종의 보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받아들이는 것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물어 뜯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의 민주주의 쪼개기

조선일보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대한민국에서 온수초가 최초로 혁신학교를 하겠다고 나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혁신학교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절찬리에 확산되고 있는 교육 정책이다. 기사 몇 개를 소개한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볼 수 있다.

하나 더...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학생 1103명이 재학 중인 온수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는 혁신학교 신청 찬성 60%, 반대 39%였다. 투표율은 59%였다. (전체 학부모 1080명 가운데 646명 참여)"


이 기사의 내용이 전체 학부모 1080명 가운데 646명이 참석했고, 그 중 60%인 387명만 찬성을 했으니 결과적으로 전체 학부모의 36%만 찬성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비록 성난 촛불 시민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 절차적 정당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그런 주장을 하고 싶은 거라면 자신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먼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결정에만 동의하고, 자신의 소신과 다른 결정에는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절차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물어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사에는 학부모회측은 혁신학교 설명회와 관련해 "전교조 퇴직 교원들이 만든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편파적으로 혁신학교를 홍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전교조의 퇴직 교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혁신학교를 홍보했다면 그것은 전교조 퇴직 교원으로서라기 보다는 혁신학교에 참여했던 교사였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나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논리의 오만이다. 우리는 '어떻게' 보다 늘 '누가'에 집중한다. 그러한 태도가 우리사회의 성장을 방해한다. 요즘 내가 자주 써먹는 ‘마이클 토마스키’의 민주주의의 정원 추천사를 다시 인용한다. 그만큼 우리 시대에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활용하는 바로 그 ‘구분’이 우리의 이해와 해결책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확실히 알려준다.”


달을 가리키는 사람이 꼭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가? 원한다면 달은 누구나 가리킬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와 다른 사람이 신성한 달을 가리키면 그 속가락을 기어이 물어 뜯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이제 달을 가리키는 '주체'에서 벗어나 달을 가리키는 그 '행위'를 보아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지난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참여와 관련하여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보낸 훈훈한 가정통신문 내용을... 그렇다. 지금 혁신학교로 인해 조선일보가 쪼개지고 있다는 온수초등학교다. 도대체 누가 아이들을 마루타로 만들고 있으며, 누가 편향된 이념으로 학교를 쪼개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