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음모 집단의 내부 고발자, 윤태호 원작의 영화 '내부자들' 감독판을 봤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하기도, 통쾌하기도 했지만, 극장문을 나설 때는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난 듯 아팠다.
불편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영화 내용은 나를 답답하게 했지만, 중간중간 터지는 촌철살인의 대사들과, 결국은 내부자가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에 의해 정경언 유착 비리가 폭로되는 비현실적인 결말은 나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통한 쾌감을 선사했다.
마치... 변비에 걸린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쾌변의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극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서둘러 일어섰다.
하지만 우민호 감독은 그렇게 성의 없이 떠나는 관객들을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색이 감독판 아닌가!
우민호 감독은 맨 앞줄의 관객이 미처 극장을 빠져나가기 전, 서둘러 엔딩 크래딧의 중간을 끊고, 신문사 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의 대사를 통해 나와 관객에게 변비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묵직한 비수를 던졌다.
"어이, 영화는 재밌게 보셨수? 영화의 내용이 팩트가 아닌 픽션이니 당신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지? 하지만, 만약 이 영화가 픽션이 아니라면? 아니 이보다 더 더러운 현실을 당신들이 목도한다면? 뭐, 당장은 흥분하겠지... 페북이나 SNS에 분노의 드립질도 해 대고... 하지만 오징어 씹듯이 질겅질것 씹다가 결국엔 그냥 뱉어 버릴 거 아냐? 꽃다운 아이들이 죽어가도, 친일파들이 나라를 두 번, 세 번 팔아 먹어도 뭐 그냥 다 잊고 잘 살잖아~"
영화라는 예술 장르를 형식적으로만 분석하는 비평가들이 있다면 우민호 감독의 그러한 행위를 '사족'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의 '세련'된 '메타포'인 예술이 언젠가부터 '은유'의 기능은 상실한 채 '세련'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 것은 아닌지...
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우민호 감독이 엔딩 크래딧에 숨겨 놓은 '사족' 영상을 보며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절박한 메시지가 있음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부자들 명대사 Best 3
1. 국가가 살고, 국민이 살고, 그리고 내가 사는 게 정치다.
굳이 해석하자면… 내가 살아야 국가도 국민도 산다? 찾아보면 정치 말고도 나 하나 살 길은 많은데, 왜 그런 마인드로 정치를 하는지…ㅉㅉㅉ
2. 그러게 잘 하지 그랬어, 잘 태어 나든가...
이건 뭐... 해설이 필요 없지.
3. 마지막...“볼 수 있다”와 “매우 보여진다”의 차이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대중들의 인정이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