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페북을 하는 이유...

가끔... 페북에 올린 내 글을 읽고 암에 걸릴 것 같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페북에 그렇게까지 우울하게 글을 쓰고 있나? 그래서 내가 페북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주변에 글을 안 쓰고 다른 사람의 근황을 살피기 위해 페북을 한다는 사람도 종종 만나곤 하는데, 난 사실 정 반대다. 파레토의 법칙에 충실한 나는 대략 80%는 내 글을 쓰기 위해 페북을 한다. 나머지 20%는 의무방어를 위해? SNS라는 게 상호소통을 게을리하면 자칫 디지털 왕따가 될 수도 있다. 얼마전에 페친을 맺고 있는 누님한테 내가 올린 글 봤냐고 물었다가 한 소릴 들었다. 그런 당신은 내 글을 읽었냐고… 그래서 그때부터 의무방어를 시작했다. 나도 당신한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있으니, 당신도 나에게 관심을 좀 보여달라고 하기 위해… 음… 내가 너무 솔직했나? 사실 여기다 일일이 거명하긴 그렇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페북은 굳이 찾아서 읽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글 80%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첫째... 페북은 나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맘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갈대밭이다. 아마 대부분의 민원이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매우 소심해서 타인에게 화를 잘 못 낸다. 결혼하기 전 내 분노의 유일한 분출구는 엄마였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다 흡수하면서도 유일하게 엄마의 잔소리는 흡수하지 못하고 바로 튕겨 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처럼 승질(성질도 아니다, 승질...) 드러운(더러운... 아니고~) 애한테도 친구가 있니?”
결혼을 하고나니 그 유일한 분노의 분출구가 막혀 버렸다. 마눌님께 어설프게 화를 냈다가 나처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심지어 한 달 여 동안 집에서 묵언수행을 한 적도 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애들한테 어쩌다 화를 냈을 때는 더 큰 상처와 후유증만 남았다. 그렇다고 본가에 찾아가 예전처럼 엄마한테 지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 나에게 남은 건 페북밖에 없다… 페친들이 내 글을 읽으며 암에 걸리겠다고 말하는 건 단순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나는 페북이 없다면 진짜 스트레스로 암에 걸릴지 모른다. 그러니… 페친들이여, 비록 불편하더라도 한 페친의 건강을 위해 절대 관계를 끊지 않은 상태로 이 불쌍한 중생의 분노를 그냥 지나치거나, 흡수하거나, 공감해 주거나, 위로해 주시면 안되겠는가?

둘째... 약간의 자기성찰? 난 예전부터 한 번 입으로 뱉은 말은 꼭 지키려고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7년 전에 돌아가신 큰형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희태야, 난 나 자신도 지킬 수 없는 말을 그저 형이라서 너한테 해 주었을 뿐인데, 지나고 보니 넌 내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거 같구나.” 난 고등학교 때까지 큰형을 세상에서 제일 존경했다. 그리고 그런 큰형이 나에게 했던 말을 지금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희태야, 사람은 보통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 철저한데, 넌 자신에게 철저하고 타인에게 관대하게 살아라.” 언젠가 그 말을 은기에게 해 준 적이 있는데, 은기가 덜컥 학교에 가훈으로 내는 바람에 어영부영 이 말은 우리집 가훈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난 나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한 흐리멍텅한 인간이 되어버렸지만… 
한가지 더… 예전에 목사 수업을 받고 있는 한 후배가 나한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난 형처럼 살면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난 교회를 다니면서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욕되게 하는 크리스찬들을 증오하는 안티 크리스찬이 되었다. 물론 그 후배는 그 때 했던 말을 평생 후회하면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페북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생각을 배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렇게 살기 위한 절절한 자기성찰과 노력의 표현이다. 제발 좀 부처의 눈으로 나의 이런 진정성을 믿어 주시라! 

셋째... 마지막으로 다들 아시겠지만 기-승-전-희태로 귀결되는 나의 자랑질이다. 평생 내가 취득한 자격증이라곤 보잘 것 없는 대학 졸업장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 주는 전역증, 그리고 운전면허증이 전부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나처럼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PR이다. 사실 자기 자랑을 오프라인에서 대놓고 한다는 건 효율적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민망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페북에 딸 사진도 올리고,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도 올리고, 내가 그린 그림도 올리고, 가끔씩 시대를 진단하는 나의 통찰력을 과시하기 위해 글도 올린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부럽다는 찬사를 받곤 하지만, 너무 부러워들 마시라… 대략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그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만잡것에 신경 쓰며 사느라 나를 지킬 수 있는 제대로된 자격증 하나도 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단지 부러움의 대상인 나의 잡다한 재능 또한 그 어느 하나로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무능력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 긴 글을 누가 읽어줄꼬... ㅠㅠ
나의 이 장황함으로 인해 앞으로도 난 여전히 민원에 시달릴 것이며, 나의 진정성을 의심받을뿐만 아니라, 재수 없이 자기자랑만 늘어놓는 인간으로 여겨질 것이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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