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교육/책 이야기16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마음이 싱숭하여 광석이형의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한 달음에 읽었더니 젠장, 마음이 더 생숭해졌다. 평소 가깝게 알고 지내면서 볼꼴 못볼꼴 다 봐왔던 터라, 의리를 지킨다고 시집을 다섯 권이나 사 여기저기 뿌려놓고 정작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상 한 켠에 치워놓았던 시집이었다. 평소 시라는 게 마치 언어의 가식 덩어리같아 멀리 해왔던 이유도 있었고... 시집을 다 읽고 나니 돼지로 보였던 선배가 갑자기 부처로 보인다. 내가 그동안 함부로 내지르던 언어를 시인의 통찰과 성찰로 잘 벼려놓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시집을 읽는구나... 시집을 읽는 동안 나한테도 시마가 들었는지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는 게 조심스럽다. 그리고 된장, 고추장, 간장... 그 동안 마음 속에 꼭꼭 숨겨 놓았던 진심.. 2019. 3. 28. 유시민의 작지만 치명적인 편견, “역사의 역사” 마눌님이 가지고 온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훔쳐 읽다가 본격적으로 읽어 보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 노동자 유시민... 때로는 사이다 같은 논리로 대중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지만, 그가 정치적으로 저지른 만행으로 인해 나는 그에게 대놓고 편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문열의 네가지 없는 발언을 듣고 분노해 그가 쓴 삼국지를 불 태운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다. 사실 이문열의 삼국지는 내가 읽은 그 어떤 삼국지보다 문장이 쫄깃쫄깃하다. 조조를 간웅이 아닌 영웅으로 해석한 관점도 신선했고... 황석영의 삼국지는 그 담백함에 빠져 두 번 정도 읽었고, 고우영의 삼국지는 내가 화장실에서 고뇌할 때마다 늘 곁을 지켜주는 벗같은 존재다. 고우영 삼국지를 만화라도 업심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고우영의 삼국지 .. 2018. 9. 24. 우연과 필연,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훔쳐 읽고... 차례 준비 마치고... 마눌님 손잡고 간 집 근처 카페에서 마눌님이 읽으려고 가지고 온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잠시 훔쳐 읽었다. 유시민이 인용했던 총균세의 한 대목이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일본군 대좌가 했던 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우월한 민족은 항상 열등한 민족을 실망시키지... 미국은 필리핀을, 영국은 인도를, 그리고 일본은 조선을...”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우월한 민족이란 없고, 대륙간 문명의 간극은 다음 4가지의 우연이 만든 결과라고 주장한다. 첫째, 가축이나 작물로 삼을 수 있는 야생 동식물이 대륙마다 다르게 분포했다. 둘째,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대륙마다 달랐다. 유라시아는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이고 생태적 지리적 장애물이 비교적 적어 이동이 쉽고 확산이 빨랐.. 2018. 9. 23. 제목만 보고 쓴 서평, "평균의 종말" 삶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드는 공이 10이라면, 그 내용을 채우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90이다. 그건 단지 절대적인 수치이고, 주관을 무시한 평균일 뿐이라면,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통해 성장한 개개인의 노력과 공은 그 모든 절대적이고 평균화된 수치와 무관하게 모두 개개인에게 주관화된 수치인 100에 수렴한다. 우리 각자는 절대적으로는 10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 즉 100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이런 내용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책을 읽어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면 다시 제대로 된 서평을 쓰겠다.상대화된 가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러므로... 나의 절박한 신념을 남에.. 2018. 5. 28. “인지부조화, 나도 예외는 아니다!” 전상진의 「세대 게임」 서평, 두 번째... 얼마전 전상진의 「세대 게임」을 읽고 서평 아닌 서평을 하나 올린 적이 있다. "지금까지의 세대 논리는 모두 잊어라!" 전상진의 「세대 게임」 (링크 클릭) 오늘은 지난번에 올린 부족한 글에 이어 본격적으로 서평이라는 걸 한번 써 ‘보고’자 한다.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서평을 써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며칠동안 제대로 서평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어찌보면 그 강박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내가 이 서평을 쓰는 목적이다.❏ 책 표지출판사의 사장이나 편집자라면 모를까, 책을 별로 읽지 않는 나 같은 불량 독자의 입장에서 표지는 책을 선택하는 데 그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살면서 표지에 끌려 책을 구입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에게 있어서 표지란 주로 책을 .. 2018. 1. 26. "지금까지의 세대 논리는 모두 잊어라!" 전상진의 「세대 게임」 전상진의 「세대 게임」 지금까지의 세대 논리는 모두 잊어라!“한국에서 벌어지는 세대 전쟁의 해법 찾기가 어려운 까닭은 그것이 세대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 131쪽 중에서)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산력 확대의 성취를 이룬 자본주의와 그것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핵무기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고 있다. 원래 가진 것이 많으면 포기하기도 힘든 법... 인류는 최근 몇백년 사이 핵무기 한 방으로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문명의 성취를 이루어 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야만과 물리적 전쟁이 사그러 들었다고 해서 인류가 더 행복해졌다는 것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지나친 평화는 자본주의에 해롭다. 일찍이 1930년을 전후해 경험했듯 아무리 신자유주의로 화장을 바꿨다.. 2018. 1. 17.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 E-book으로 사 두고 있다가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문명에 대한 통찰이라면, "호모 데우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류의 미래를 통찰하고 있다. 얼마전 내가 "정과 반이 합에 이르지 못하는 시대"와 "포스트모던 시대의 변증법"에도 썼던 것처럼 마르크스가 변증법적 유물론을 통해 인간의 역사발전 단계를 과학적으로 이론화한 그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변증법은 새로운 변이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마르크스의 탁월한 통찰로 인해 문명이 시작된 이래 적어도 근대까지 역사는 정반합으로 발전해 왔다고 확신한다. 굳어진 '정'에 '반'하는 것이 곧 '합'으로 이어졌던 시대가 .. 2017. 12. 24. 미발간 소설 “두번째 사랑”에 대한 섣부른 비평… 얼마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선배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서로 만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비슷한 시기, 비슷한 태도로 대학생활을 했다는 공감대로 인해 쉽게 마음을 연 그런 선배였다. 그 선배는 오래전부터 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했고, 곧 출간을 앞두고 있으니 한 번 읽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어떤 소설이냐고 물으니 그 선배는 이내 “장편통속연애소설”이라고 정의를 내려주었다. 장편… 통속… 연애… 소설?한가하게 소설이나 읽을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보내달라고 했다.소설을 쓰다보니 애초에 의도했던 것보다 길어져 4권으로 늘어났고, 출판을 위해 그 중 두 권을 앉혔으니 두 권을 먼저 보내주겠다고 했다.소위 출판인끼리 통하는 ‘앉혔다’는 의미는 출판.. 2017. 11. 16. 만화, 드래곤 볼에 나타난 디테일... 드레곤볼의 한 장면... 광속을 돌파하는 우주선을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은 스테레오 스피커의 위치 선정이다. 그리고, 샴프를 한 후에는 반드시 린스를 해야 한다. ㅋㅋ 2017. 11. 8. 아르미안의 네 딸들...2 예전엔 레-마누아가 그렇게 미웠는데... 다시 보니 아르미안의 네 딸들 중 가장 불행한 캐릭터가 바로 레-마누아인 것 같다. 원래 고전이란 그런 것 아닌가! 씹을수록 맛이 나는 고기처럼, 읽을 때마다 새로운... 레-샤르휘나가 주인공 답게 작가가 정해 놓은 운명에 오히려 순응하며, 많은 조력자를 만나 훌륭하게 미션을 수행해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면, 정작 레-마누아는 여왕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에게 스스로 버림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빼앗긴다.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다. 운명에게, 전지적 작가의 스토리 전개를 위해 빼앗긴 것이다. 그런 레-마누아를 이해하고 사랑해 준 사람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늙은 예언자와 케네스와 독자인 나 뿐...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정.. 2017. 11. 8. 아르미안의 네 딸들...1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다시 읽고 있다. 다시 봐도 명작... 내가 이 만화를 처음 본 건 대학 때... 그 당시 우리집은 만화 대본소를 하고 있었다. 당시 연재 중이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1년에 한 번, 이전 이야기가 가물가물해질 즈음이 되어야 다음 신간이 나왔다. 난 신간이 나올 때 마다 꾸욱 참고 1권부터 다시 읽어야 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명언,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순정만화의 명작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면, 스포츠 만화에선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무협만화에선 문정후의 '용비불패' 정도를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back2analog 2017. 11. 8. 괴물과 함께 살기 서구의 시민사회는 일찍이 정치로부터 비롯되었으나 자본주의 성장과정에서 점차 경제 영역으로 그 역할이 이동되어 왔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 과정 속에서 서구의 시민사회는 독특한 경제적 경험을 축적했을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는 해방이후 독재정권과 투쟁해 온 재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과, 대한민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끈 개발독재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점 등, 아직도 정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적 시민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비타협적 이념 투쟁의 근육을 단련시켜 왔다면, 경제적 시민사회는 경제의 효율적 성장을 위해 이견에 대한 절충과 타협 능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시민사회가 "질이나 구조, 성능 등을 고쳐 더 좋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2017. 6. 1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