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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구만리

오랜만의 동기 모임...

by Back2Analog 2016. 8. 16.

주식으로 돈 번 얘기, 아파트 값 얘기, 자식 특목고 다니는 얘기... 오랜만에 중년 남자 다섯이 모여 나누었던 얘기다.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정말 눈곱만큼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난 이 세상의 왕따가 되어 가는 중일까? 
혈기왕성한 대학시절, 혁명을 꿈 꿨던 옛 친구들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혁명의 대상이었던 이 사회의 단단한 구조물이 되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이 사회의 보편적 모습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점점 더 '보편적으로' 불행해져 가고 있다.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한 줌의 혁명가들이 있다면...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기 바란다. 혁명을 꿈 꾸던 옛 동지들은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혁명의 대상이 되었버렸고, 새로운 혁명가의 재생산 구조는 사라졌으며, 그 배후 세력인 자본은 세계적으로 일체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필연과 필연이 만든 우연의 힘이 더해져 혹시 교조적인 혁명가들에게 세상을 바꿀 힘이 주어진다고 해도... 만약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바꾸고자 했던 단단한 구조물은 바뀌기 전에 부서져버릴 것이다.  
그래서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포스트 혁명은... 현실의 구조물을 부수고 새로운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단단해져 버린 구조물을 아름답게 조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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