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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2analog

15년 만의 팬(?) 미팅...

by Back2Analog 2018. 2. 11.

대학 졸업 후... 지난 20여 년 동안 난 대략 10개의 서로 다른 직업을 전전했다. 

1. 대학 졸업반이던 1995년 (주)창조 ArtMarketing에 입사하여 "이벤트 기획"으로 직장생활 시작... 
2. 1997년 회사의 업종 전환으로 "CD-ROM 타이틀 기획"
3. 1998년부터 약 3년간 "프리랜서 작곡가"로 활동
4. 2001년 (주)아리수미디어에 입사해 꼬박 5년 간 "온라인 교육 콘텐츠 기획
5. 2006년 (주)북이십일에서 약 4년 간 "북 에디터"로 근무
6. 2010년 광고회사 서든리에서 어설프게 "광고 기획"에 참여 
7. 2011년 민선5기 은평구청 비서실에서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어(쩌다)공(무원) 시작...
8. 2014년 비서실에서 나와 교육 전담부서에서 "교육정책보좌관"으로 근무
9. 2015년 서울시교육청에서 2년 2개월 14일 동안 "혁신교육지구 담당 따까리 주무관"으로 근무
10. 2017년 다시 은평구청으로 돌아와 현재는 정책기획관으로 근무 중...

경력이 화려하다고 해야 할지, 난잡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그 난잡함 속에서 굳이 하나의 일관성을 찾자면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기획했다는 것? 지금은 콘텐츠가 아니라 정책을 기획하고 있지만...

콘텐츠(정책?) 기획자로서 나의 지론은 "사용자 관점에서 시뮬레이션 하라!"이다. 그 지론은 2001년 아리수미디어에서 "열무"라는 캐릭터를 기획할 때 비롯된 것 같다. 열무는 당시 5세 전후 아이들 대상의 온라인 한글 교육 프로그램인 "아리수한글"의 메인 캐릭터로, 아이들이 한글 게임을 해서 얻은 꽃으로 키우는 이를테면 다마고찌같은 사이버 돌이었다. 평소 애기들을 끔찌히 좋아하고, 마침 5살이었던 조카 현기를 거의 키우다시피했던 경험이 열무를 기획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던 거 같다.

캐릭터 열무의 기획자이면서, 한때 EBS에서 방송되었던 애니메이션 "한글탐정 둘리"의 주제가(주제가 듣기 클릭)를 작곡하기도 했던 나는 당시 회사 직원들과 회원들에게 "열무아저씨"로 통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당시 아리수한글 회원들에게 열무아저씨는 마치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이 형"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것 같다. 한번은 회원 중의 한 아이가 유치원에 아버지 대신 열무아저씨랑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사장님 허락을 받고 유치원 참여 수업에 참가한 적도 있었다. 그 아이 이름이 선아, 그 언니 이름이 진아였는데 얼마전 그 엄마로부터 큰 애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시간 참...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회원 중 특히 부산지역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해서, 부산 회원들의 초청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적도 몇 번 있었다. 부산에서는 나를 "열무아재"라고 불렀다.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난 2월 9일, 대략 15년 만에 당시 부산지역 회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회원의 엄마?)

부산에서는 부산시교육청과 몇몇 자치구가 협력하여 서울의 혁신교육지구 격인 "다행복교육지구"라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여 부산 다행복교육지구의 요청으로 몇 번 강의를 하러 내려간 적이 있다. 지난 2월 9일에는 부산시 영도구에서 강의를 의뢰해 내려갔는데, 마침 금요일이라 15년 동안 간간이 연락을 해 왔던 대성맘에게 연락을 했다. 강의 끝나고 시간 되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대성맘은 반색을 하며 나를 반겨 주었고, 아리수한글이 인연이 되어 아직까지도 만나고 있는 다른 엄마들도 같이 보자고 했다. 대략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부산의 회원은 성범이, 대성이와 동생 태성이, 명주, 대희, 태명이 등이다. 그중 대성맘과 태명맘이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하여 함께 영도에서 가장 유명한 횟집에서 모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회와 소주를 먹고 있는데, 이래저래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와 말을 섞게 되었다. 나중엔 테이블을 합치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횟집을 나와 인증샷도 찍었다. 


왼쪽부터 옆 테이블에 앉았던 고등학교 미술샘, 대성맘, 옆테이블 미술샘 옆지기, 태명맘, 그리고 나...

서울의 술집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옆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가 통할 것 같으니 슬쩍슬쩍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결국을 합석을 하는... 내가 영도 다행복지구 강의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했던 주제인 '관계'가 살아 있는 현장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올라오는 길에 부산역까지 자가용으로 배웅을 해 준 대성맘과 태명맘은 부산의 별미 '환공어묵'을 한보따리 사서 안겨 주었다. 15년이라는 시간의 인연과 부산의 정을 뒤로 하고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서울행 KTX에 올랐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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