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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반反반半 정치공학

패권주의 비판을 비판한다!

by Back2Analog 2015. 7. 19.

가끔... 단어를 지극히 자의적이고 자극적으로 선택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그렇게 선택한 단어는 사실과 무관하게 대중들을 움직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단어  하나가 바로 '종북'이다. 따로 확인은  보지 않았으나  말을 처음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유시민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다. 독일은 사물에도 성을 부여한다는데, 만약 단어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최근들어 부쩍 자주 접하게 되는 '패권주의' 다소 진보쪽으로 치우친 단어일 것이다. 패권주의는 '패권'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것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패권주의라는 단어는 사용주체의 이데올로기와는 매우 무관하고, 무원칙하게 쓰이고 있는  하다.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개나 소나 남발하고 있는 패권주의 비판을 비판하기 전에, '패권주의'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사전에서는 패권주의를 "강대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자주 듣고,  쓰고 있는 패권주의 비판이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한번 따져보자. 


첫째, 패권의 형성과정 

사전적 의미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려면  패권을 행사하는 국가나 세력의 형성과정이 패권을 비판하는 국가나 세력과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여타국가의 동의하에 영국에서 독립한 것이 아닌 것처럼... 대표적인 패권주의 국가인 미국이나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패권주의 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일본이나, 패권의 형성은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또는 입을...) 다른 나라와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패권주의 국가는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나라밖 여론 보다, 국가 내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베 정권이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위대의 적극적인 전쟁개입을 가능하도록  안보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이유도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일본 내부의 반발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패권주의 비판 세력의 정치적 의도 

대한민국에서 패권주의 비판은 특정 조직 내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소수가 정치에 무관심한 조직 외부 대중들을 이용해 힘들게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조직 내부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자들의 논리 안에는 그들이  조직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했는가에 대한 자기반성은 빠져 있고, 강한 권력 지향성만이 존재한다. 패권주의 비판으로 무장한 그들은 스스로를 선한 존재로 인식하고 대중들의 지지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권력 쟁취만이 역사적 승리이고, 우매한 대중들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는  하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운영원리가 다수결이 아닌 소수와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위와 무관하게 다수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 있다면,  견해가 비록 나와 다르더라도 일단은  세력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이 대중을 섬기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같은 논리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권을 차지한 현정권에게는 패권주의라고 비판하지 않는가! 얼마전 헌법재판소에 의해 폭력적으로 '해산' 통합진보당도  시작에는 대중들의 지지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권력을 갖는 것이 유일한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소위 유심조의 패권주의 비판이 있었다. (  한명이 정의당 대표가 되었다니 이나라 진보의 천박함이란... 끌끌...) 

현재 친노를 공격하는 새민련 내부의 패권주의 비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모든 정치적 이득은  챙긴 그들이 이제는 친노를 패권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역질 나는 일이다. 그들에게 대중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일 뿐이다. 패권주의를 비판하기 전에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중들의 생각을 연구하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자극적인 단어의 선점을 통해 권력을 쟁취한 자들은 언젠가 대중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역사와 대중은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장구한 세월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