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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영화 이야기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by Back2Analog 2017. 6. 11.

은기엄마와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왔다. 원래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은기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로 재잘거리는데, 입을 열면 쪽 팔리게 울먹일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집으로 향했다. 같이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무슨 결심이라도 한듯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눈은 살짝 충혈되어 있었다. 
영화는... 감동을 짜 내기 위한 장치를 일부러 제거라도 한듯 절제되어 있었다. 마치 감독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당신을 얼마든지 펑펑 울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노무현의 분노 안에 숨어 있는 슬픔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노무현에게 중독된 것이다."
영화 속 인터뷰에 나왔던 얘기다. 직업 특성상(?) 잘못된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나는 편이다. 하지만 분노 안에 슬픔을 담고 있는 이를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나와 분리시키기 위해 분노하고, 그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분노하며,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 문제를 대상화시키기 위해 분노한다. 
나도... 분노를 위한 분노가 아닌, 분노 안에 슬픔과 희망과 대안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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