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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2analog

어공과 늘공이 지킨 나무...

by Back2Analog 2018. 10. 23.


구산동도서관마을과 구산보건지소 사이에 있는 나무... 솔직히 나무 이름도 모른다.
원래 이 나무는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구산보건지소를 설계할 때 잘려 나갈 운명이었다. 난 당시 구산동도서관 마을 건립 관련 회의을 하며 누군가의 추억이 묻어 있을 이 나무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보건지소 설계를 다시해야 할 상황... 한낱 어공 정책보좌관의 주관적 취향으로 피 같은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 잠시 옮겨 심었다가 구산동도서관마을 앞 마당에 다시 옮겨 심을 수는 없겠냐고 했더니 비용도 비용이고, 나무가 산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난 그냥 포기했다. 나 보고 고집이 세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사실 난 고집이 없다. 포기도 빠른 편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어떻게 안 되는걸 되게 하라고 무대뽀로 밀어부치겠는가!
며칠 뒤 같이 회의를 했던 건축과 영선팀의 이범식 주무관이 나를 찾아 왔다.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보건지소 설계를 바꾸지 않고 방향만 조금 틀면 될 거 같다고...

그리하여 이 나무는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 그 자리에서 계속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하나 짓겠다고 나무 뿐만 아니라 추억을 송두리째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는 세상에 그냥 흘릴 수도 있는 정책보좌관의 체념에 귀 기울여 준 이범식 주무관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지금은 발령이 나 서대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구청의 기술직 공무원은 구청 소속이 아닌 서울시 소속이라 내가 잡을 수도 없었다. 그 인연으로 이범식 주무관과는 내가 서울시교육청에 있을 때도 간간이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부쩍 이범식 주무관의 썬그라스와 그 해맑은 미소가 아른 거린다. 나의 무심이 지나쳤고, 바람도 서늘해 졌다는 뜻일 게다. 오늘은 오랜만에 안부 전화나 함 해야겠다. 서대문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가끔 내 생각도 하시는지...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