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ck2analog

석 달 간의 당뇨 투병기 2 (당뇨에 걸린 이유)

by Back2Analog 2022. 3. 6.

2. 당뇨의 원인

올해로 백수 3년 차에 접어든다. 백수 1년 차엔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줄여서 백수과시)"라는 책을 썼고, 백수 2년 차엔 공주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수업을 주로 비대면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박사과정을 1학기(2021년 봄)는 예상과 달리 대면 수업이 많았다. 수업이 토요일, 그리고 월요일에 있어서 공주에 머물 곳이 필요했다. 처음 한 달은 공주에 계신 선배님 댁에 신세를 졌다. 내가 눈치가 없어 잘 몰랐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선배님이 많이 불편하셨을 것 같다. 선배님의 싸모님께서 자취방을 알아봐 주셨다. 원룸이 아닌 자취방이다. 보증금 50에 월세 13만 원... 싸다. 이 대목에서 잠깐 삼천포로 빠지지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 모두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누군가는 집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이고, 또 누군가는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불사한다. 부동산이 오르면 오른다고,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난리다. 부동산 정책에는 옳고 그름이라는 것이 없다. 오직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만 있다. 그래서 전세를 살던 사람이 집을 사는 순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2006년 가을, 인천의 한 변두리에 아파트를 샀다. 내가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시세보다 매우, 엄청, 허벌나게 쌌기 때문이다. 아무리 싸도 아파트는 아파트다. 난 은행 대출을 풀로 받아 겨우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지역에 축제가 열렸는데, 구의원인지, 시의원인지 인사말을 하며 이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시세보다 저평가되어 있다며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을 그 정치인의 연설에 환호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사다리 걷어차기구나...

 

그 말에 동의도 반대도 할 수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 단언컨대 부동산은 절대 국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탐욕은 국가가 관리할 수도 없고, 관리해서도 안 된다. 작년에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부동산 국유화를 두고 투표까지 했다고 한다. 난 기본적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부동산은 공공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천포에 빠져 죄송합니다. ㅠㅠ

 

다시 당뇨 이야기로 돌아오자. 내가 당뇨에 걸린 이유는 확실하다! 가정 경제를 꾸려야 하는 가장이 지방에서 공부를 한다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공주 자취방에는 최대한 잠만 자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단촐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원룸이 아닌 일반 주택에 있는 자취방이라 주방에 가스레인지가 하나 있었고, 방에 에어컨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빠를 보러 공주를 찾은 둘째 딸은 자취방을 보며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사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매달 추가로 발생하는 13만 원 + 알파의 비용이 공부를 하는 가장 백수에겐 적은 돈이 아니었다.

난 한겨울에도 찬물을 마셔야 하는 체질이다. 그러 내가 2021년 여름을 보내며 물이 아닌 탄산음료로 갈증을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2+1으로 파는 탄산음료를 사 마셨고, 수업 중간중간에 또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뽑아 마셨다. 심한 날에는 탄산음료를 10캔 까지도 마셨던 것 같다.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니 오줌이 자주 마려웠고, 오줌으로 수분을 배출하니 다시 갈증이 찾아왔다. 당뇨가 찾아온 물리적 이유는 확실히 탄산음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 근거를 대기가 만만치 않은 심리적 요인인 스트레스도 없지는 않겠지만, 자칫 나의 문제일 수도 있는 스트레스의 책임을 엉뚱한 가해자를 만들어 전가할 수도 있으므로 굳이 끄집어내지 않겠다. 난 밴댕이의 하해와 같은 마음을 부러워할 정도로 속이 좁다. 밴댕이는 어부에게 잡히자마자 지 승질을 못 이겨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 혹 당뇨의 심리적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그건 모두 내가 밴댕이보다 좁은 속을 가졌기 때문이다. 주로 뭘 더 잘해 보려다가 의도치 않게 화를 당한 경험이 생기면서 나의 오지랖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얼마 전 한 후배가 했던 충고대로 더 이상 "나대지" 않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석 달 간의 당뇨 투병기 3,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냐!"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