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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2analog

12살 나를 만나다...

by Back2Analog 2011. 7. 13.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식이 궁금했던 국민학교 단짝 친구들을 페북에서 찾아 보았다.


유도연, 이경태...


아침 밥상에 미역국과 구운 김이 올라오고,

아버지 보다 먼저 푼 밥의 임자가 내가 되는 날이 생일이라고 알고 있던 나이...

처음으로 내 귀 빠진 날에 관심을 가져준 녀석들이다.


"엄마, 내 생일이 언제야?"

"갑자기 그건 왜?"

"응, 친구들이 물어봐서..."

"4월 14일"


그 두 녀석은 1979년 4월 14일, 

조막만한 손에 고만고만한 선물을 들고는 우리집을 찾았다.  

"희태 생일은 음력 4월 14일인데?"

어렵던 시절이었지만 어머니는

자식 생일을 잘못 알고 찾아 온 친구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내 주셨다.

덕분에 난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두 번이나 생일을 챙겨 먹었고...


32년만에 만난 친구들의 모습은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아니... 친구들의 모습은 익숙했지만,

친구들의 입을 통해 만난 12살의 나는 낯설었다.


지금까지 내 성격이 소심한 이유를 

일찌기 5살 때부터 셋방살이를 하며 눈칫밥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 믿고 살아왔는데,

친구들 입에서 나온 12살의 채희태는

적당히 까칠하고, 

가끔은 대범했으며, 

심지어 싹아지가 없기도 했었단다.


헐~

머리속이 복잡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 성격의 시작은 도대체 언제부터란 말인가!


어찌되었든,

페북 덕에 32년을 묵혀 둔 친구들을 만났다.

덤으로, 12살의 나도 만나고...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