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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책 이야기

아르미안의 네 딸들...2

by Back2Analog 2017. 11. 8.

예전엔 레-마누아가 그렇게 미웠는데... 다시 보니 아르미안의 네 딸들 중 가장 불행한 캐릭터가 바로 레-마누아인 것 같다. 원래 고전이란 그런 것 아닌가! 씹을수록 맛이 나는 고기처럼, 읽을 때마다 새로운... 

레-샤르휘나가 주인공 답게 작가가 정해 놓은 운명에 오히려 순응하며, 많은 조력자를 만나 훌륭하게 미션을 수행해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면, 정작 레-마누아는 여왕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에게 스스로 버림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빼앗긴다.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다. 운명에게, 전지적 작가의 스토리 전개를 위해 빼앗긴 것이다. 
그런 레-마누아를 이해하고 사랑해 준 사람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늙은 예언자와 케네스와 독자인 나 뿐...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정해진 운명과 싸운 것은 레-샤르휘나가 아니라 레-마누아인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마누가 된 샤르휘나는 형부(마누아의 남편인 리할)에게 언니인 마누아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당신뿐이라고 말해 주지만, 정작 마누아는 그 마음을 숨긴 채 죽어간 뒤였다. 
가장 비호감으로 전락한 캐릭터는 와스디 스와르다... 눈치없이 언니의 운명의 상대를 사랑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표적인 민폐 캐릭... 와스디가 아스파시아만 되었어도 아르미안은 만화책이 아닌 역사책에서 그 찬란한 이름을 볼 수 있었을텐데...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너무 몰입한 듯... 
암튼... 불쌍해서 어쩌누... 우리 마누아... ㅠㅠ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