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인가, KOREA 캐슬”인가!


최근 “SKY 캐슬”이라는 종편 드라마가 핫하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 그닥 땡기는 드라마가 없어 여기저기 기웃 거리고 있던 차에 중학교를 갓 졸업한 딸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했다. “SKY 캐슬”은 불륜이 아닌 교육을 주제로도 얼마든지 막장 전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2018년에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갑질논란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그리고 상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장으로 보여질 수 있는 시대를 관통 중이다.

SKY 캐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SKY 캐슬 내부를 살펴 보자. SKY 캐슬의 갑 of 갑은 단연 로스쿨 교수 차준혁이다. 입시 준비를 가장한 독서 모임, 옴파로스를 통해 기득권에 쩔은 자신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자식을 욕망의 대리인으로 삼아 이란성 쌍둥이인 서준과 기준을 형제가 아닌 경쟁자로 내 몬다. 차준혁의 가치 기준은 오로지 실력이다. 즉, 강한 것이 옳은 것이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던 차준혁이 만든 것이 바로 가짜 하버드생, 차세리...
“하버드 하버드 노래를 불렀잖아!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한 게 아니라 하버드생 차세리를 사랑한 거야.”

차준혁의 뒤를 잇는 캐릭터로는 흙수저로 살았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한서진(염정아 분)이 있다. 뒤늦게 SKY 캐슬에 들어온 개념 엄마 이수임(이태란 분)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본명은 곽미향(지인 중에 박미향이 있는데... ㅋㅋ). 차준혁의 멘탈을 그대로 빼 닮은 극강 싸가지 캐릭인 강예서의 엄마로 딸을 서울 의대에 보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인물이다. 학원 뺑뺑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둘째 딸 예빈이를 보고 걱정하는 친구 이수임에게 도둑질은 공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놀이일 뿐이라며 딸의 범죄를 뒤에서 은밀하고 위대하게 수습한다. 3대째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할머니(정애리 분)와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자랑하는 속물 남편 강준상(정준호 분), 그리고 자신보다 더 서울 의대를 부르짖는 딸, 예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서진의 모습이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하다. 

드라마, SKY 캐슬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단연 서울 의대 합격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는 인공지능 수능 코디 김주영을 꼽을 수 있다. 김주영은 입시에 눈 먼 탐욕스런 소비자인 이 시대의 학부모들이 만들어 낸 입시 생산자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설마 이렇게까지?”라며 의아해 할지 모르나 단순히 픽션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만은 아니다. 서울 의대 합격을 위해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부추겨 공부의 동기를 삼거나, 이복 자매를 경쟁자로 이용해 가족을 파멸로 이끄는 등 가족이 콩가루가 되고, 사람이 죽어 나가도 서울 의대 입시 코디의 커리어만 유지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멘탈갑! 이정도 멘탈은 보유하고 있어야 헬조선에서 살아남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이기적인 싸가지 캐릭터의 극단을 보여주는 명문 자사고 전교 1등 강예서가 있다. 앞에서 찔끔찔끔 소개를 했기 때문에 따로 부연은 안하겠다. SKY 캐슬의 감초는 찐찐(오나라 분)와 남편 우양우(조재윤 분) 등이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국민 밉상으로 떠오른 명품조연 조재윤의 진가는 사실 사다리 움직임연구소의 스테디셀러 연극, “휴먼 코메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로 출신 조재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연기력과 몸놀림을 보여준다.

SKY 캐슬의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로는 차준혁의 아내, 노승혜(윤세아 분)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주로 품위 철철 넘치는 다소 재섭는 금수저 연기를 해 왔지만, SKY 캐슬에서는 자식들 편에서 폭군 남편과 싸우는 쟌다르크 역할을 멋지게 소화한다. 남편 몰래 완벽한 방음을 자랑하는 공부방을 해머로 뽀개는가 하면, 생활비로 압박하는 남편에게 컵라면으로 대항하는 당찬 캐릭터... 압권은 하버드 거짓 입학이 들통난 딸과 함께 가죽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

우리가 SKY 캐슬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될 캐릭터가 있다. 바로 이시대의 새로운 캔디상을 제시한 혜나(김보라 분)다. 캔디는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지극히 기득권층의 염원이 내재되어 있는 근대적 캐릭터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자들이 캔디를 롤모델 삼아 기득권층의 갑질을 감당해 왔을까? 괴로우면 소리 지르고, 슬프면 울고, 밟으면 참지 말고 꿈틀해야지 왜 웃고 자빠져 있는가! 아빠를 아빠라고 불러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혜나야말로 이 시대 약자의 처지를 대변하는 포스트모던 리얼리티 캔디 캐릭터라고 이 연사 핏대 세워 주장하는 바이다! 그러니... 혜나가 강준상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보였던 행동에 대해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안타까움을 걷어내고, 그 정당한 행동에 지지를 보내자. 혜나가 이상한 게 아니라 들짱미 소녀, 캔디의 영향으로 소위 "착한 아이병"에 걸렸던 우리가 비정상이었던 거다.

“SKY 캐슬”을 보고 있는 시청자, 그 중에서도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설마 우리나라의 입시 사교육이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비로소 지나친 입시 경쟁교육에 대해 경계심을 품게 될까? 아니면 나도 공부를 입에 달고 사는 부모지만 그래도 “SKY 캐슬”급 막장은 아니라며 스스로를 자위할까?
교육을 주제로 한 막장 드라마 “SKY 캐슬”을 보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돈으로 실력을 사는 기득권층이 아니라, 그 지위에 오르고 싶어 안달이 난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공교육부터 사교육까지 수단과 방법을 거리지 않고 입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KOREA 캐슬” 안에 살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이 주는 가장 위험한 메시지는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냐.” 라는 안도감이다. SKY 캐슬은 KOREA 캐슬을 바탕으로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재구성한 픽션이다. 그러니 SKY 캐슬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더는 무능과 무관심을 무기로 사회문제를 나와 분리해 그 원인과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말자.
하버드생이 아닌 나이트클럽 MD를 하고있는 딸, 차세리에게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며 윽박지르는 차준혁의 모습에서 고등학교를 안 가겠다던 딸을 대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수학문제를 같이 풀자고 다가오는 딸에게 나도 모르게 느꼈던 안도감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도 KOREA 캐슬에서 자라난 찌질한 속물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SKY 캐슬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막장 “KOREA 캐슬”로 치달을지, 아니면 “KOREA 캐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이제 대통령도, 교육부장관도, 교육감도, 교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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