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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근대교육의 종말

수단과 방법, 그리고 목표의 차이...

by Back2Analog 2019. 1. 27.

목표 달성이 중요할까, 아니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중요할까?

SKY 캐슬, 19... 예빈이가 마침내 눈이 없는 용의 그림에 점을 찍었다. 언니(예서) 유출된 시험지로 만점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예빈이는 학원에 가지 않느냐는 엄마의 질문에, “공부는 해서 뭐해? 시험지 빼돌려서 만점 맞으면 되는데...”라고 대답한다. 복잡한 이해관계 얽혀 있는 어른보다 아이들의 생각은 훨씬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이래서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담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이라면 가히 아이들을 스승으로 삼아도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쩔 없이 낭떠러지로 향하는 엄마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남편 강준상도, 우주엄마 이수임도 아닌 바로 예빈이었다. 예빈이는 만점이라는목표 시험지 유출이라는수단 단순하게 연결, 오히려 명쾌하게 분리함으로써 엄마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한다. 그리고 한서진(곽미향? 염정아 분)은 비로소 예빈이를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니 나도 뒤통수를 맞으며 성장을 같다. 억울함에서 벗어나 자신이 왜 뒤통수를 맞게 되었는지 성찰할 수만 있다면, 가끔 뒤통수를 맞는 것은 꽤 유용한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5W1H 목표가 what이라면, 수단과 방법은 how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엔 how만큼 하찮은 것이 없다. 무엇(what) 하느냐도 중요하고,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why) 하느냐도 중요한데, 유독 어떻게(how) 하느냐만 그닥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같다. 목표 달성만 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시대다. 


이왕 5W1H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한발짝만 더 나가 보자. 우리에게 알려진 진단과 분석의 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장점과 단점, 기회와 위기를 진단하는 SWOT 분석도 있고, 병목이 처리할 있는 속도에 맞추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TOC(Theory of Constraints) 유용한 하나다. 한마디로 열심히 하면 뭐하나? 결국 병목에서 걸리는데… 라는 이론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되는 툴이 하나 있다. 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W1H이다. 5W1H 대략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기사 쓰기에서 나온다. 초딩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예빈이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머리속이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빈이가 초딩 수준의 중딩이기 때문?  앞에 잘 안 풀리는 문제가 있다면, 답답해 하기 전에 먼저 5W1H 문제를 진단해 보기 바란다. 적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해야 하는 진단의 툴로 그만한 게 또 없다.

5W1H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요소는 크게는 시대에 따라, 작게는 사안에 따라 어떤 것은 상수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입시 경쟁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상수는 목표인 what 시기인 when이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언제 가느냐이다. what when이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된다면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있는 입시 문제는 조금 가벼워질지 모른다. 가치와 이념이 다른 진보와 보수의 갈등 사이에는 주로 why 그보다 중요한 진영, who 상수로 등장한다. 결과따윈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의도(why)로 누가(who) 주장하는지가 중요하다. 다음으로현재 대한민국 곳곳은 5W1H where 가장 중요한 상수로 작동하고 있는 NIMBY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만약 5W1H 중에서도 where 상수로 작동하고 있는 갈등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으로 치장하든 NIMBY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목표인 what과 수단인 how 사이에서 변수인 4W(why, who, when, where)가 적극 개입하면서 문제의 해결을 오히려 방해한다. 


5W1H 중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는 오직 1H인 how 되어야 하며, 나머지 5W는 how 종속 변수가 되어야 한다고 핏대 세워 주장한다.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거의 벗어나게된 탈근대 인류에게 누가, 무엇을, 왜, 어디서, 언제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예전처럼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파이의 확대보다 파이의 분배가 더 중요해진 시기이다. 분배의 실패로 인한 양극화가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의 분배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5W보다 1H이다. 그리고 바로 1H인 '어떻게'를 고민하자는 것 바로 우리가 각자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거버넌스이고, 협치이다. 하지만 우리 거버넌스를 할때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어떻게'를 먼저 안드로메다로 보내놓고 시작한다. 거버넌스는 1H의 가치가 5W와 등가를 이루는 것을 넘어 더 커질 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버넌스 = 5W < 1H"


P.S. 드라마 SKY 캐슬로 인해 수능 코디의 인기가 역설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먼저 드라마가 대중을 계몽시킬 수 있다는, 그리고 대중들이 드라마를 통해 계몽될 수 있다는 헛된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라마는 다만 흥행을 쫓을 뿐이며, 대중은 그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작동할 뿐이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