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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about 거버넌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갈등

by Back2Analog 2019. 2. 23.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이하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둘러싼 은평구청과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백지화 투쟁위원회(이하 은백투)의 ‘소모적’인 갈등이 해를 넘겨 2019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갈등이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완전 지하화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은평구청과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은백투 사이의 민・관 갈등이었다면, 2019년 들어서는 은평구청 동정보고회 진행 과정에서 동주민들의 자원순환도시 퍼포먼스에 자극을 받은 은백투가 행사를 방해하면서 은평뉴타운(진관동)과 진관동 외 주민 사이의 민・민 갈등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은평구청은 쓰레기장이 아니라 자원순환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은백투는 쓰레기장이라고 반대한다. 은평구청은 환경 유해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은백투는 환경 문제로 인해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대한다.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싸고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는 이러한 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기 전에 먼저 매우 기본적인 사실부터 확인해 보자. 사실 확인을 위해 비교적 유용한 툴이 있다. 바로 5W1H이다.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하자는 것인지 간단히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은평구청

은백투

Who

은평구청이 서대문, 마포와 협력하여

지축지구 입주 예정주민과 은평뉴타운 주민

When

2000년부터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로 지정

지축지구 입주를 앞두고 본격화

Where

은평구 진관동 76-40번지 일대

What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광역쓰레기장

Why

갈수록 심각해지는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

주거밀집지역 환경 유해성 통일로 교통 정체

How

완전 지하화하여 지상에 체육공원 조성

전면 백지화


5W와 1H, 무엇이 더 중요할까?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5W1H를 살펴보니 은평구청과 은백투의 이견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누가’를 중심으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진영논리이고, ‘어디서’를 중심으로 이견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NIMBY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W보다 중요한 것은 1H이다. ‘할지’와 ‘말지’의 논쟁만큼 소모적인 것은 없다. 그 시간에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논쟁의 중심이 광역자원순환센터 ‘어떻게'가 되어야 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지화를 주장하니 갈등의 접점이 안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는 ‘When’과 ‘What', 그리고 ‘Why’에 숨겨져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광역자원순환센터 부지는 2000년에 이미 도시계획법에 의해 폐기물 압축 시설 부지로 지정된 곳이다. 2008년, 음식물을 처리하는 종합환경센터를 민자사업으로 유치하려다가 음식 폐기물 처리의 환경 유해성과 수익성 문제로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13년 광역 재활용 처리 시설을 목표로 마포구, 서대문구와 협의를 거쳐 2017년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반지하화하여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서울시 및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거센 반대민원이 없었다. 왜?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그 부지에 폐기물 시설이 건립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애초에 계획되었던 폐기물 압축시설이나 음식물 처리시설보다 훨씬 더 환경적으로 덜 유해한 자원순환시설이 들어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그렇다면 2013년과 현재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2018년 입주를 앞둔 지축지구 주민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적 차이에 장소인 ‘Where’가 중요한 변수로 개입한다. 광역자원순환센터 부지인 진관동 76-40번지 일대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은평구지만 지리상으로는 고양 지축지구나 다름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축지구 입주민들도 해당 부지에 광역자원순환센터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음은 지축지구 반도 유보라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사업지 인근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2020년 9월 준공 예정)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음, 악취, 비산먼지 등 발생할 수 있음. 사업지 인근 지축차량기지 및 도시철도 3호선 지축역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음, 분진 등이 발생할 수 있음.

(http://www.ubora-jichuk.co.kr/main/main.asp)


민선7기 선거를 앞두고 지축지구 입주 예정 주민들은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저지해 달라고 고양시에 민원을 제기한다. 그래서 환경영향 평가 대상도 아닌 자원 재활용 시설에 대한 환경영향성 평가 용역을 고양시에서 추진한다. 결과는 완전지하화가 아닌 반지하화로 건립을 하더라도 재활용 시설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양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환경 유해성을 부각해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광역자원순환센터의 본질은 환경 문제가 아닌 집값!

그렇다면 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은백투의 생각이 바뀌었을까? 안타깝게도 은백투가 원하는 답은 이미 백지화로 정해져 있었다. 왜 그럴까? 여기에 ‘Why’를 대입해 보면 어렵지 않게 답에 다가갈 수 있다. 은평구청이 광역자원순환센터를 건립해야 하는 이유, 즉 Why는 언제까지 은평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외국이나 다른 지자체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중국길 막힌 폐플라스틱···이젠 한국으로 몰려온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503849)를 겪은 후 많은 지자체들이 폐기물 처리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를 언제까지 다른 지자체에 떠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은백투의 반대 이유(Why)는 자원순환시설이 주거 밀집 지역인 지축지구와 나아가 은평뉴타운에 환경적으로 유해하며 쓰레기 차량의 유입 증가로 가뜩이나 막히는 통일로 정체가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혹시 지나 다니다가 쓰레기차량 본 적이 있는가? 난 새벽에 집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몇 번 본 적이 있다. 궂은 날씨에도 새벽부터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끼기는 했지만, 쓰레기 차량으로 인해 교통 정체가 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 쓰레기 차량은 교통 체증이 일어나지 않는 새벽 시간에만 운행을 한다. 그렇다면 환경적으로도 유해하지 않으며, 교통 체증도 유발하지 않는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은백투는 왜 반대할까? 백지화의 본질이 환경과 교통이 아닌 집값에 있기 때문이다. 내 집값을 지키기 위해선 What인 광역자원순환센터가 환경 유해성이 있든 없든 ‘광역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백지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광역자원순환센터 ‘어떻게’가 아닌 일방적인 ‘백지화’ 주장은 역설적으로 은평뉴타운의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값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된다. 소수는 백지화투쟁을 하겠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더 좋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일 것이다. 반면 입장을 바꿔놓고 당신이 은평뉴타운에 이사를 오려고 알아보러 다니는데, 베란다마다 은평 쓰레기장 어쩌구 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면 이사를 오고 싶겠는가? 다음 글은 부동산 투자 분석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모 블로거가 올린 포스팅 중 일부이다.


최근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가 생기는 문제로 말들이 많은데, 사실 그 시설은 위치상 지축지구에는 큰 문제지만 은평뉴타운에는 별로 해될 것도 없는 시설입니다. 그런데, 신분당선 건설을 찬성하는 데모는 못할망정 지축지구에 분양받은 사람들의 주장에 이끌려서 같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반대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저 분들은 정의로운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헤깔립니다. 

제가 아는 어느 분은 은평뉴타운 장기전세에 거주중인데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반대운동을 아주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유를 물었더니, 소득 제한으로 장기전세에서 나와야 해서 살기 좋은 은평뉴타운에 집을 사고 싶은데, 집 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라고 데모에 참여한다는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기 윗 집 장기전세에 사는 친구도 같은 목적으로 데모를 같이 하고 있다더군요. 

(“신분당선 영업실적 추이”, https://blog.naver.com/sw9831/221439551988)


부동산 투자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위 블로거의 말처럼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지축지구 주민들의 의도에 휘말려 북한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롯데몰, 그리고 곧 들어설 은평성모병원, 국립한국문학관 등 편의 시설을 두루 갖춘 은평뉴타운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은백투의 의도는 두 가지다. 광역자원순환센터의 백지화! 그것이 안되더라도 광역자원순환센터는 물리적으로 더 가까운 지축이 아니라 은평뉴타운의 쓰레기장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은평뉴타운의 가치 대비 지축지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블로거의 지적대로 은평뉴타운 주민들이 ‘정의로운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모르겠다. 


쓰레기, 잘 치우는 것보다 잘 버리는 것이 더 중요!

여기에 부합하는 말일지는 모르나,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쓰레기 문제는 행정이 아무리 열심히 치운다고 하더라도 시민이 잘 버리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충분히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아무 생각없이 버리고, 재활용을 일반 폐기물과 섞어 버리고, 지금처럼 재활용을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버린다면 장차 쓰레기 문제는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도 없지 않으나, 우리가 지나치게 안락함을 추구한 댓가이다. 쓰레기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눈 앞에 쓰레기를 두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일상적으로 경각심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은 내가 지난 여름 41도의 폭염을 느끼며 쓴 글이다.


폭염은...

자연이 아닌 인간들이 만들어 것이다

자연은 폭염에 적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간들을 

장차 강력한 폭염으로 응징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인간들은 

소수가 점유하고 있는 기득권과는 싸우면서도,

기득권이 만들어 작은 기득권 따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냉기를 뿜어주는 에어컨의 상쾌함...

자가용이 주는 이동의 편리함...

아파트가 제공해 분리의 안락함...

모두 기득권인 대자본이 선사한 마치 독약과도 같은 선물 아니던가!

사회의 구조가 파편이 되어 산산이 흩어지기 전까지 인간은 결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작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포기와, 나의 양보가 공공이 아닌 누군가의 사익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경험을 통해 각인했기 때문이다

정치, 예술, 교육을 비롯한 모든 사회적 체계들은 인간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분화된 결과이다. 어느새 인격화, 종교화의 길로 접어든 각각의 체계들은 아무런 도덕적 가책도 느끼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구축해 보편적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체계들이 추구하고 있는 작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무관하게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조건 없는인정’, 서로 다른 근육을 키우며 살아온 민과 관의 거버넌스를 통한 작은합의’, 단절된 사회 체계들 간의횡단성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2018 8 2. https://back2analog.kr/401)


공공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이동한 선과 악

그리스어로 선을 뜻하는아가톤(agathon)’이란 단어에는 도덕적 의미 외에도득이 된다라는 의미도 있네. 반면()’ 뜻하는카콘(kakon)’이란 단어에는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고. 세계에는 부정이나 범죄 각종 악행이 만연해 있지. 하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득이 되지 않는 원하는 사람은 명도 없다네. (기시미 이치로. 2014. 『미움받을 용기』.)


아마도 예전에는 선과 악의 기준이 公共이었을 것이다. 공공에 득이 되는 것은 선이고, 공공에 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공공의 개념이 사라져 버렸다. 공공에 득이 되어도 개인인 나에게 해가 되면 그것은 선이 아니라 악이다. 즉, 광역자원순환센터를 통해 공공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 집값을 떨어뜨린다면 나에게 해가 되므로 무조건 반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지으려고 하는 진관동 76-40번지 일대는 은평구 주민의 민원을 최소화해야 하는 은평구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고양시, 특히 지축지구 입주 예정인 주민들 입장에선 아무리 사전에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 내 집 앞에…라고 억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필연보다 우연이 작동한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어날 때 부모의 지위와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가 우연의 결과물이다. 적어도 신이 지배했던 중세에는 그 우연의 결과에 대해 억울해 하지 않았다. 왜? 그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신의 뜻이므로… 근대의 불행은 필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까지 만들어 낸 인간은 인간이 모든 것에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오만을 키워왔다.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갈등은 필연적으로 지어야 하는 은평구의 사정과 필연적으로 백지화를 주장해야 하는 은백투 사이의 갈등이다. 서로 다른 필연과 필연이 만나면 답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주관적 감정에서 벗어나 그 안에 숨어 있는 본질에 다가가려고 하는 객관적인 노력은 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모쪼록,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의 선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할지’와 ‘말지'에 대한 소모적인 투쟁은 멈추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가는 ‘어떻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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