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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by 당뇨, 당뇨로 건강해지기!!! (석 달 간의 당뇨 투병기 4)

by Back2Analog 2022. 3. 23.

4. 인슐린에서 해방되다!

당뇨 선고를 받은 지난 10월 20일부터 매일 인슐린을 맞기 시작했다. "맞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내가 직접 내 몸에 주사를 했으니 "놓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처음 인슐린을 놓을 땐 엄청 쫄아서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자신의 몸에 뾰족한 바늘을 찌르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런데, 배에 주사를 쿡 찌르고 나니 의외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삼국지에는 관우가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가며 바둑을 두었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사실 뼈에는 신경이 없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지방도 그런가?

 

인슐린은 지방이 많은 배에 맞는데 가장 좋다. 하지만 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주사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난 유튜브를 보고 오른쪽 배 - 오른쪽 허벅지 - 왼쪽 허벅지 - 왼쪽 배 - 왼쪽 어깨 - 오른쪽 어깨, 그리고 다시 오른쪽 배에 돌려 가며 주사를 놓았다. 의사샘은 그래도 배에 맞는 게 가장 좋다고 해서 이번엔 배의 위치를 바꾸어 가며 인슐린을 주사했다. 우복 - 하복 - 좌복 - 상복 - 우복…

 

인슐린 주사기에는 인슐린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처음엔 의사샘의 처방에 따라 20단위부터 놓기 시작했다. 만약 혈당이 정상수치(일반적인 정상수치와 당뇨환자의 조절 목표는 다르다. 아래, 표 참조)를 넘어가면 다음날엔 2단위를 높여야 하고, 정상수치를 유지하거나 혈당이 낮게 나오면 2단위씩 낮춰가며 맞으면 된다. 그러다가 소위 저혈당이 올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4단위를 낮춰야 한다. TV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그 무서운 저혈당이 나한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상수치 혈당과 당뇨환자의 조절 목표. 당뇨 선고 시 내 공복혈당은 280이었고, 당화혈색소는 무려 10.4였다.

한 번은 약하게 저혈당이 온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제대로 걷기가 힘들 만큼 어지러웠다. 혈당을 재 보니 69였다. 마침 집에 꿀이 있어서 꿀을 두 숟가락 먹고 누웠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꿀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그날 밤 인슐린을 20단위에서 16단위로 낮춰 놓았다. 그때부터 난 저혈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단맛도 보고 인슐린 양도 줄일 수 있으니까...

 

2021년에서 2022년으로 해가 바뀌고 지난 1월 13일, 난 예약한 날짜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인슐린은 양을 꾸준히 줄여 6단위를 놓고 있었다. 당뇨 기록지를 본 의사 선생님은 물었다.

 

의사샘 : 6 단위로 혈당 조절이 돼요?
나 : 예, 그런 거 같아요. 독하게 관리했거든요. 살도 많이 빼고...
의사샘 : 그럼, 약을 좀 더 올려줄 테니, 인슐린을 끊어 보세요.
나 : 예? 진짜요?

 

5. Death by 붕가붕가? No, 건강 by 당뇨!

고등학교 때, 유행하던 유머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여행을 하다 낯선 섬에 표류해 원주민에게 붙잡혔는데, 원주민은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Death or, 붕가붕가?

 

붕가붕가가 뭔지는 모르지만, 죽는 거 보다는 낫겠다 싶어 사람들은 붕가붕가를 선택했다. 알고 보니 붕가붕가는 항문에 몹쓸 짓을 하는 거였다. 매일 붕가붕가를 당하던 한 사람은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겠다며 Death를 선택했다. 그러자, 원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Death by 붕가붕가!

 

 당뇨 선고를 받고 3개월 만에 인슐린에서 해방되었다. 마침 2022년은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해였다. 지금까지는 건강검진을 받는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연말이 되어서야 억지로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당뇨 극복을 위해 열심히  관리를  왔던 터라  결과에 대한 "건강 성적표" 하루라도 빨리 아보 싶었다. 공부를 열심히  학생이 시험을 기다리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다음 병원 예약 날짜에 맞춰 건강검진을 신청했다. 그리고 어제, 지난 2 15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성적표를 비교하듯 2019 11월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① 키 : 0.1Cm 줄었다. 나이가 들어선 지 매년 조금씩 주는 것 같다. ㅠㅠ

② 몸무게 :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이 2년 전 몸무게를 밝힐 수밖에 없다. 2년 전엔 옷을 두껍게 입고 저울 위에 올라갔던 것이 확실하다! 95.4Kg에서 81Kg으로 몸무게가 무려 14.4Kg나 빠졌다. 비만에서 과체중으로... 의사는 여기서 5Kg을 더 빼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그리고 얼마 전 근 30년 만에 꿈에 그리던 70Kg대에 진입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숫자가 잘 안 보인다. ㅠㅠ

③ 허리둘레 : 99Cm(38.9inch)에서 78Cm(30.7inch)로 8인치나 줄었다. 2년 전 자료를 보니 옆지기가 바지를 사 올 때마다 짜증을 냈던 이유에 대해 납득하게 되었다.

 

 

④ 당뇨병 : 2019년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보니 이미 지난번 건강검진 때부터 당뇨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때는 공복혈당이 뭔지도,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한 152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의미도 알지 못했다.

⑤ 간장질환 : 사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게 바로 간 수치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먼저 정상범위를 벗어났던 것이 바로 간 수치였다. AST, ALT, 감마 지티피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늘 간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웃돌았다.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있는 2012년 자료를 살펴보니 AST 65(정상 40 이하), ALT 117(정상 35 이하), 감마 지피티 105(정상 63 이하)로 2019년보다 훨씬 더 심각했었다. 그런데 당뇨 덕분에 간 수치가 처음으로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온 것이다.   

 

만약 나에게 당뇨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뭐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으며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쁜 포만감을 꾸역꾸역 견디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난 중, 고등학교 때 비 오는 날 빼고 농구를 거른 날이 없다. 덕분에 50이 넘도록 숨쉬기 운동만으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당뇨는 나한테 이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중,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근육은 이제 수명을 다 했으니, 앞으로 더 살려면 새로운 근육을 만들라고...

 

당뇨를 통해 건강에 후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6. 당뇨 극복기 세 줄 요약!

 

당뇨는 독이지만, 득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말 소용 없겠지만, 할 수 있다면 오기 전에 막아라!
당뇨가 왔다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라!

 

이것으로 "석 달 간의 당뇨 투병기"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여러분 건강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