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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구만리20

오랜만의 동기 모임... 주식으로 돈 번 얘기, 아파트 값 얘기, 자식 특목고 다니는 얘기... 오랜만에 중년 남자 다섯이 모여 나누었던 얘기다.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정말 눈곱만큼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난 이 세상의 왕따가 되어 가는 중일까? 혈기왕성한 대학시절, 혁명을 꿈 꿨던 옛 친구들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혁명의 대상이었던 이 사회의 단단한 구조물이 되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이 사회의 보편적 모습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점점 더 '보편적으로' 불행해져 가고 있다.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한 줌의 혁명가들이 있다면...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기 바란다. 혁명을 꿈 꾸던 옛 동지들은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 2016. 8. 16.
짐 정리... 내일(6월 1일)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한 곳에 5년 이상 머물렀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의든, 타의든...서울 변두리의 한 작은 자치구에서... 저는 그동안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부족한 신출내기 정책보좌관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 그리고 때로는 제 말을 묵묵히 들어준, 가끔은 따끔을 넘어 감당할 수 없었던 충고를 해 주기도 했던 은평의 모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back2analog 2015. 5. 31.
계란 후라이 두 개...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셨다는 소리를 듣고 어젯밤 늦게 부랴부랴 본가에 왔다. 뇌경색이라고 하면 보통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걸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터라 본가로 향하는 내내 이런저런 나쁜 상상을 했었는데, 다행히 갑작스런 어지러움증 때문에 병원을 찾으셨고, 검사 결과 뇌경색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한다. 약물과 음식 조절만 잘 하시면 큰 문제는 없다고... "바쁜데 뭐하러 왔어." 밤 늦게 병실을 찾은 막내아들에세 던진 아버지의 첫마디다. 젊은 시절, 당시엔 거의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결핵과 암을 이겨내신 아버지는 몸에 조금만 이상이 와도 병원을 찾으신다. 그래서인지 평생을 드셔야 하는 약이 세 종류나 된다고...다음날... 오랜만에 차려주는 막내아들의 아침상에 어머니는 계란 후라이를 .. 2015. 3. 18.
무제...1 내가 천원(天元)에 놓이든 화점(花點)에 놓이든, 난 그저 '평등'한 하나의 바둑돌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누구나 그렇다. 쓰임을 다하거나 쓰임도 모른 채 버려지는 사석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난 목표를 위해서라면 사석을 남발하는 폭군도, 사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전략가도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활로가 막힌 사석을 살리기 위해 인생을 걸지도 못하는 나는... 그저 우유부단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몽상가? 그런 내가 그나마 의미있는 사석으로라도 쓰이려면 게으른 폭군과 차가운 전략가라도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조합이 가능이야 하겠지만 유지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ㅎㅎ@back2analog 2014. 11. 6.
이랴~ 은기와 은슈가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back2analog 2012. 2. 8.
1024768... 월요일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메일로 왔다.보안메일이라 주민번호 뒤 7자리 숫자를 넣으란다.순간 떠오르는 익숙한 숫자를 재빨리 쳤다.1024768... 주민번호 뒷자리가 일치하지 않는댄다...다시 한 번1024768...또 아니랜다.순간 머릿속이 노래졌다.어? 왜 이러지? 분명히 맞는데? 10초 정도 머릿속을 헤짚으니 또다른 7자리 숫자가 떠오른다.102**** 이번엔 맞았다.잠깐... 그럼 주민번호만큼이나 익숙한 1024768의 정체는 도대체 뭐지?군번? 학번? 옛날 애인 전화번호?모두 아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 숫자가 왜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일단 건강검진 결과가 궁금해 잠깐 접어두기로 했다.비만, 청력 비정상, 동부위염, 지방간, ALT, 감마 지피티 등이 비정상이랜다.술 줄이고(술.. 2011. 8. 6.
미래의 피카소... 거실 벽, 둘째 은슈의 낙서... 자기가 그려놓고도 꽤 그럴싸 했는지 엄마한테 자랑하다 디지게 혼났댄다. ㅋㅋ 서럽게 울고 있는 은슈 좀 달래주라고 전화가 왔다. 내가 은기엄마한테 한마디 했다. "당신은 지금 피카소를 울린거야." 집에 가서 보니 뭐 볼만하다. 소심한 B형 은기는 기회를 놓지지 않고 잘 안보이는 노란색으로 그 옆에 만화를 그렸다.@back2analog 2011. 5. 24.
그대를 사랑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다. 우리 아버지... 엄마랑 어디 가실 땐 항상 10보에서 20보 앞서 걸으신다. 그러다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뒤돌아서 멈춰 서시고, 엄마가 겨우 따라 잡으면 다시 앞서 나가시고... 70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엔 엄마 손을 꼭 쥐고 걸으신다. 아마 주인공 김만석 할아버지의 회상씬을 보며 많이 찔리셨나보다.@back2analog 2011.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