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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미디어 비평

모름지기 PT란?

by Back2Analog 2014. 9. 22.


모름지기 PT란?

MS의 파워포인트를 처음 보았을 때... 저건 뭐지? 하며 놀랬던 적이 있다.
문서 안에 동영상이 들어가고, 글자와 그림이 휙휙 날아다니고...
아래아 한글만 써왔던 나로서는 파워포인트의 그 화려함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때... 어떻게 하면 더 PPT를 화려하게 꾸밀까는 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기는 하다... ^^

논리적 구성과 대상은 다르지만, 
워드(한글이나 MS Word), 엑셀(또는 Lotus?), 파워포인트(또는 Prezi, Keynote...)는 모두 PC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의 도구이다. 
엑셀이 논리적인 소통 도구라면, 파워포인트는 매우 감성적인 소통 도구이다.
난 언젠가부터 MS의 파워포인트가 아닌 맥의 키노트를 써 왔다.
아니, 키노트를 쓰기 위해 맥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도구는 단지 도구일 뿐이지만, 잘 만들어진 도구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한테는 키노트가 그러하다.
파워포인트를 쓸 때는 형식적인 부분에 많이 치우쳤다면, 키노트는 나에게 형식 보다는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키노트를 만든 스티브 잡스는 언젠가 “키노트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도구”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래서 키노트를 만들다 보면 나 스스로가 스티브 잡스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잡스의 키노트는 매우 심플하다.
큰 화면 한 가운데에 단어나 짧은 문장, 또는 몇 장의 그림만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잡스(발표자)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잡스의 기노트에 열광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페이퍼 안에 가득 담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나의 단어나 문장, 그림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하나의 단어, 문장, 그림이... 잡스의 생각과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대중 사이에 하나의 접점이 된다. 

키노트를 만드는 테크닉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잡스의 키노트는 1시간(아니 10분?)이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잡스처럼 키노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어와 문장, 그림 하나 하나에 잡스의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잡스는 키노트를 할 때 아이폰이, 또는 아이패드가 1년 동안 몇 백만 대 팔렸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에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몇 대씩 팔리고 있다고 얘기한다.
개인의 입장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수는 오히려 현실감이 없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잡스의 재능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면,
조직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PT를 맡기길 권한다.

소통이란 나한테 대상을 맞추는 게 아니라 대상에 맞게 내가 다가가는 것이므로…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