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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시대 진단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인재(人災)의 나라, 대한민국

by Back2Analog 2015. 6. 20.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인재(人災)의 나라, 대한민국

-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본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사고 뒤에 자주 따라붙는 말 중에 인재(人災)라는 말이 있다. 인재의 사전적 정의는 천재(天災)와 구분하여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재난을 지칭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천재로부터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사람으로 인해 그 피해의 정도가 확대된 상황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재는 1970년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이다. 와우아파트 붕괴가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대한민국 개발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참사였다면,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절 있었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는 개발독재와 난개발의 결과가 빚은 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가 저물고, 밀레니엄과 함께 개발독재와 군사정권의 찌꺼기는 대한민국에서 그 흔적이 희미해져 갔지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발생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의 세계적 확산은 21세기 인류로 하여금 재난은 첨단 문명의 이면에 숨어 있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매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임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였다.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 국민들은 과거처럼 사건과 사고 자체나 그 발생 원인을 대상으로 분노하지는 않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과거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때와는 다르게, 사고의 원인이 아닌 적절하지 못한 사후 대처의 문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변화된 정서이다.


    1.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사회문제인가?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말하는 사회문제란 “첫째, 다수 또는 일련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가치와 상충되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존재하며, 둘째, 이러한 상황이 집단행동이나 다른 어떤 조치를 통해 해결가능하며, 셋째,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하는 상황”을 말한다.[각주:1]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 사태는, 다수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슬픔과 공포로 몰아 넣은, 사회문제의 첫번째 조건을 과도할 정도로 만족시키고 있다. 또한 ‘적절한 조치’의 부재로 인해 300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산채로 수장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의 발원국인 사우디에 이어 세계 제2의 발병국으로 대한민국을 불명예 등극시킨 메르스 사태는 사회문제가 가지는 두번째 조건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하겠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하는 상황’인 사회문제의 세번째 조건에 해당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필자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단순한 사회문제를 넘어 자본의 논리가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제기하고자 한다.


      2. 세월호 참사

      2014년 봄,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매스컴에서는 참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을 이야기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 속에는 묘하게 사회문제를 개인문제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과연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일까? 참사 당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매스컴의 눈길은 당장 눈 앞에 죽어가고 있는 학생들이 아닌, 이 어마어마한 사고의 책임을 물을 대상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첫 목표는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려둔 채 탈출한 비정규직 선장과 승무원이었다. 


      다음은 필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의 모든 책임을 선장에게 몰아가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을 답답하게 지켜보며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존중 받았던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을까요? 사회로부터 인간으로서 존엄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사람한테 인간으로서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세월호 선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평균 수명이 20세가 채 되지 않았다는 19세기 초 영국 노동자들에 비해 하루하루 고용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회사가, 사회가, 국가가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았던 비정규직 노동자인 선장에게 우리들은 선장으로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 하지 않았냐고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있을까요? 선장의 부도덕함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언론의 행태에 구역질이 납니다.”


      하지만, 생존자 구조의 희망이 사그라들 즈음 국민의 폭발적인 분노를 잠재울 슈퍼 책임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대상이 바로 몇 개월의 추적 끝에 주검으로 발견된 청해진 해운의 유병언 회장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훌쩍 넘긴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제정되었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수사권 문제로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국회법 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난항이 계속되고 있어 유가족들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3.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 대응 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메르스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 논리는 다분히 ‘자본’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 비공개의 명분으로 국민의 혼란을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대책이 메르스 확산 방치로 인해 더 큰 국민적 혼란을 야기하고 말았다. 

      정부의 병원 비공개 원칙이 지난 6월 4일 밤 10시, 긴급하게 진행되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과 그에 따른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공개로 바뀔 즈음, 한 매스컴에 출연해 정보 비공개를 주장했던 한 전문가의 논지는 이랬다. 병원이 공개되면 현재 그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물론 그 중에는 중증환자도 있을 것이다.)들이 병원이송을 요구할 것이고, 그 병원은 찾는 환자도 줄어들 것이므로 그 병원이 입을 경영상의 손해를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몇몇 병원이 입을 경영상의 손해가 메리스 확산으로 인한 국민의 공포와 국가적인 피해(관광산업에 이어 내수와 수출분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작년 세월호 참사 당시 故노무현 대통령의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대응 동영상이 SNS를 통해 널리 퍼졌었다. 기름 유출 사건 대응 방안을 놓고 다양한 한계를 늘어놓는 장관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힘 주어 한 한마디는 “목표를 분명히 하라!” 였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니, 무엇이어야 하는가? 병원의 경영 보호인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인가? 아니면 정부의 무능력을 은폐하는 것인가? 목표는 당연히 메르스 확산 방지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미시적 눈앞의 자본의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무능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만큼 일관적이다.


      4. 소결

      지난 6월 15일 신자유주의의 첨병, IMF는 '낙수효과'에서 말하는 부의 분배는 틀린 논리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150여 국가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 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의 성장이 연평균 0.08% 포인트 감소하고, 오히려 하위 20%의 소득이 1% 포인트 늘어나면 그 기간에 연평균 성장이 0.38% 포인트 증가한다고 밝혔다.[각주:2]

      낙수효과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허구임은 오래전부터 영국 캠브릿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지적해 온 바 있다. 경제학에 기반을 둔 장하준 교수가 마치 100여년 전의 막스 베버나 칼 막스, 그리고 베블린처럼 경제학 영역에 갖혀있는 신자유주의를 경제사회학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학은 사회문제가 가지고 있는 사물의 현상 속에 은폐되어 있는 다양한 영역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논리 속에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복잡한 실타래의 시작 지점을 찾는 일 또한, 마땅히 사회학이 담당해야할 사명이다. 사회학의 노력으로 현상 속에 숨겨진 사물의 본질을 대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비로소 제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back2analog



      1. 「사회문제론, 이론, 실태, 지구적 시각」 박철현 저 [본문으로]
      2. 6월 17일 오마이뉴스 기사(IMF "낙수효과 틀렸다, 오히려 경제 성장 막아”)에서 발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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