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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시대 진단

신념윤리만 판 치는 사회...

by Back2Analog 2016. 1. 25.



신념윤리만 판 치는 사회...
난 대학 때 공부를 지지리도 안했다. 학과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권이 마땅히 해야할 사회과학 공부도... 
그래도 학회에서 세미나를 하며 변유와 사유 정도는 읽었는데, 사고가 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읽은 책이라 그런가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나름 유물론자를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철학자라곤 소크라테스와 칼 맑스밖에 몰랐던 시절… 지나가며 막스 베버라는 이름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쪽팔리게도 그당시 난 막스 베버를 칼 맑스의 짝뚱 쯤으로 생각했었다. 
어디다 말하기도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공개적인 페북에 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맑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보다는 막스베버가 1919년 대학생들에게 힘주어 역설했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맑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의 자본가가 금융자본주의로 단결하는 신자유주의를 낳았다. 
한때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이 왜 내수 불안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지속적으로 양산할까... 라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소득을 예측할 수 있는 정규직이 많아야 소비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소비를 해야 그 이익이 자본가에게 갈텐데... 하며 대한민국의 자본가들의 멍청한 행위를 동정했다. 내가 더 멍청한지도 모르고… ㅠㅠ
세계가 다 시장인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자본가들에게 있어서 한국이란 시장은 그저 있어도 그만, 아예 없어지면 쬐끔 아쉬운 계륵일 뿐이다. 맑스의 말에 영감을 받은 세계의 자본가들은 단결을 통해 자신들도 통제할 수 없는 신자유주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다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돌아와서...
우리 사회는 결과 따위는 어떻게 되든 자신의 신념만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진보주의자들... 그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을 악마로 규정하고 그 악마의 박멸이 이 사회의 진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결과적으로는 진보의 탈을 쓴 반동이다… 
이것이 막스베버가 말하는 신념윤리이다. 우리 사회는 신념윤리자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신념과 행위에 따른 결과의 책임을 악마의 탓으로 돌린다. 
진보주의자들이 진정 이 사회를 진보시키고 싶다면 신념을 지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가치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이 사회를 위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사회를 진보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가치마저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진보적 가치가 아니므로…
그것이 막스베버가 말하는 책임윤리다.
예수님은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기도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신념윤리에 가득찬 이 땅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나는 이 땅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적당하게 상호작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