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터스콜레’는 ‘에프터스콜레’일 뿐...

프랑스+덴마크 6박 8일의 연수 일정 중 마지막 6박을 앞두고 있다. 오늘 오전엔 한국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에프터스콜레... 협회를 방문했다.
누군가 소위 교육 선진국이라는 북유럽의 사례에서 한국의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헤매다 '발굴'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러다가 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회자되었던...
내가 너무 삐딱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전자는 일방적으로 사례를 이식하려는 의도가, 후자는 다소 상업적인 의도가 엿보여 일정 정도 경계를 하고 있다.

내가 에프터스콜레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15년 상반기였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의 교장과 교사들이 한국에 초대되어 하자센터에서 3일 동안 사례 발표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당시 난 교육문제에 문외한으로서 막 은평구청의 교육정책보좌관이 되어 교육문제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시기였다. 지금은 교육문제의 문 안팎을 넘나드는 정도? 암튼 에프터스콜레가 뭔지도 모른 채 참석했던 내가 3일 동안 사례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교육'을 대하는 덴마크 시민들의 시민의식, 또 다른 하나는 '이견'을 대하는 덴마크 시민들의 태도였다.

에프터스콜레 학생들의 그룹과제에 대한 사례발표가 있었다. 학생들이 선택한 그룹과제의 주제는 '노인 교통 대책 연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례를 듣는 과정에서 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마치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제도적 관성과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이 문제를 풀지 못했는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너희들이 이 문제를 좀 풀어주지 않겠니?"
그 사례를 들으며 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교육을 대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이 정치인을 아무리 욕해봤자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장하면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인 동시에, 촛불을 들어 평화적으로 탄핵한 시민이다.
어제... 18년 동안 세계를 떠돌다 덴마크에 정착했다는 한 주민이 반나절 동안 관광 가이드를 했다. 그 가이드는 한국정치를 매우 혐오하는 듯 보였다. 아니 부끄러웠을까? 덴마크 국회의사당 앞에서 덴마크 정치인들이 얼마나 청렴한지를 역설하며 권위적인 한국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난 이렇게 반문했다.
"아마, 한국에 덴마크 정치인 같은 사람이 있으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할걸요?"
문제를 나로부터 분리하는 태도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절대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교육 또한 교육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3가지가 있다. 바로 봉사와 싸움과 안전이다.
봉사를 진작시키기 위한 봉사의 계량화가 진정한 봉사를 사라지게 했다. 일찍이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싸움조차도 모두 폭력으로 규정되면서 학교엔 건강한(?) 싸움은 사라지고 폭력만 남게 되었다. 안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우리사회를 가장 불안한 사회로 만들었다. 시민의식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들의 조급함으로 인한 파편적 문제해결 과정에서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그 해결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3일 동안의 사례발표 후 마지막 날 있었던 질의, 응답 시간에 어떤 참여자가 물었다. 교사가 교장과 다른 교육 이념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질문을 받은 교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견이 없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죠?"
대한민국에서는 갈등과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이견을, 덴마크에서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민과 관, 그리고 학은 자신의 체계 안에서 자신들만 공유하는 상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최선을 선택한다. 각자가 추구한 최선과 최선의 갈등과 투쟁이 낳은 결과가 바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교육의 현실이다.

분명 새내기 교육정책보좌관이었던 나에게 에프터스콜레 사례는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에프터스콜레 사례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것은 그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함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빛나는 사례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이식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걸어온 과정을 깊이 살펴본 후 참조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덴마크에서 에프터스콜레는 공교육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써 작동하고 있다. 에프터스콜레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공교육은 에프터스콜레를 지원한다. (에프터스콜레 학비의 2/3를 국가에서 지원)
한국의 교육문제는 모든 교육 영역을 아우르고 지배하려는 공교육 진영의 오만과,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보완이 아닌 대체로 나아가고 있는 사교육과 대안교육이 결합된 결과다. 한국에서 에프터스콜레 사례를 참조하려면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익을 위해 그 사례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진영에선 교육이 자격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그리고 사교육과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back2analog

에프터스콜레협회에서 받은 한글 브로셔...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녀 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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