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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근대교육의 종말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안녕하십니까? 서울시교육청에서 혁신교육지구를 담당해 왔던 어공 주무관 채희태입니다.

제가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서울시교육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2015년 6월 1일자로 서울시교육청에 왔으니 만 2년 하고도 두 달을 있었네요. ^^ 

떠나면서 지난 2년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2년이란 시간동안 제가 생각하고 있던 혁신교육지구는 얼마나 깊어졌는지, 또 얼마나 넓어졌는지… 여전히 많은 물음표들이 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을과 학교가, 그리고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협력하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교육청의 정책적 시야에 마을의 생각을, 그리고 일반행정에 몸담고 있었던 저의 일천한 경험을 더하기 위해 왔다고 자부하며 일을 해 왔는데… 저의 짧은 생각과 의도가 서울형혁신교육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현장을 떠나 정책의 중앙에 있었지만, 저는 여전히 1/n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 왔습니다. 어떤 부분은 과도하게 고집을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 고집은 민도, 관도, 학도 모두 1/n이라고 생각하자는 고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라는 거대한 N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의 대상이었던 민도, 교육의 전문성에는 다소 떨어져 있었던 관도, 교육에 대한 과도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던 학도 각자가 1/n이라고 생각하기를 강하게 바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인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이상의 '전문성'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전문성으로 인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교육에, 비전문적인 외부자의 시야가 더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저의 고집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으셨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무엇이든 처음 하는 일에는 기대와 우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또한 처음에는 막연한 기대와 우려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막연한 기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각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실체와 다른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며, 때로는 갈등하기도 합니다. 적어도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민관학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기대를 실체화시키는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규석의 웹툰 송곳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외국계 대형마트의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폭력적인 해고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데, 노조원들끼리 투닥투닥 싸움을 벌이자, 그걸 보고 있던 노동연구소의 한 사람이... 

“노조원끼리 싸우는 걸 보니 초급 떼고, 중급으로 올려도 되겠다.” 


수면 위로 떠오른 혁신교육지구의 실체에 대해 실망을 하든, 갈등을 하든… 그 험난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만 있다면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바야흐로 중급의 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하계 워크숍에서 민관학 거버넌스의 원칙을 세우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혁신교육지구로 따지면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한 지구에서 이런 원칙이 나왔습니다.

“싸우더라도 밥은 먹고 헤어지자.”

최소한 제가 생각하는 거버넌스는 민이든, 관이든, 학이든 특정 진영(?)의 생각에 다른 진영을 일방적으로 동화시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각자의 경험과 논리 안에서 체계화된 민관학은 교육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근육을 키워 왔습니다. 전 그 다른 근육이 차별 없는 교육, 사회를 성장시키는 교육, 학생이 진정한 주체가 되는 교육이라는 목표를 위해 작동하는 것이 거버넌스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동안 22개로 확대된 혁신교육지구의 많은 민관학 담당자를 만나며 때로는 실망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 관계를 통해 성장해 가는 많은 분들을 보며 감동받고 위로를 받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수고로운 길에 기꺼이 함께 해 주셨던 많은 분들을 성함을 일일이 거명하고 싶지만, 제가 뭐 상 받을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ㅠㅠ

암튼… 제가 비록 서울시교육청은 떠나지만, 서울형혁신교육지구를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니 너무 서운해 하시거나, 또는 너무 속 시원해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그동안 부족한 저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질타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2017년 7월의 마지막 날 설시굑청 어공 주무관 채희태 올림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