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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동 음악 다방

제 기타는 절대 사지 마세요~

by Back2Analog 2016. 2. 10.

※  포스팅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기타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열무아찌입니다.
설연휴라 오랜만에 통통에 밀려있던 글들도 보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처음 잡았으니까... 올해로 기타를 친지 31년째가 되네요.
31년 동안 꾸준히 기타를 쳤더라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겠으나,
입시 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때 가장 기타를 열심히 쳤던 거 같네요.
대학 들어가서는 노니라고, 직장 다닐 때는 일하느라,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는 애들 키우느라 기타를 제대로 못 치다가
최근 1~2년 통통과 인연을 맺으면서 다시 꾸준히 기타를 쳐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 내 놓아도 부끄러운 실력... ㅠㅠ

그 동안 제 손을 거쳐갔던 기타들에 대해서는 제가 "기타 정착기"라는 글로 전에 소개를 드렸었구요.
현재 제 곁을 지키고 있는 여섯 대의 기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제게는 모두 사연이 있는 기타라... 돈이 아무리 궁해도 끌어 안고 있습니다만, 
만약 판매를 한다고 해도 제가 지불했던 가격보다는 훨씬(?) 비싸게 내놓을 생각입니다. ㅎㅎ





1. 마틴 OMC-AURA
바디(OM 컷), 넥감(Low Profile), 픽업(Aura) 등 모든 면에서 제 취향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녀석입니다.
소리는...  제 방에서 늘 깊은 울림으로 저를 감동시킵니다. 
밤 늦게 들어와 C - G - E 한 번씩 긁어 주고,  울림이 멈출 때까지 사운드 홀에 귀를 갖다대고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 케이스에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가끔씩 불만스러울 때도 없지 않지만, 위 세 가지 장점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ebay에서 2014년 7월 즈음에 운송비, 구매대행비 포함 240~250에 구매를 했고, 현재 단종된 모델입니다.
단종되기 바로 전인 2011년에 만들어진 기타이고, 측판에 작은 눌림 하나와 피니쉬 기스 약간? (마치 판매글을 쓰는 듯... ㅎㅎ)
솔직히 케빈 라이언을 들고와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꿀 자신이 있는... 그런 기타입니다. 
(케빈 라이언 유저분께는 죄송...  그냥 하이엔드 기타를 통칭해 대유법으로 사용했습니다.)

2. 야마하 L12-8A
통통의 지인이 구입하신 중고 시세(?)의 반값에, 그것도 할부로 구입한 기타입니다.
제 오랜 레파토리 중 하나인 Hotel California를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쳐 줘도 기타 값을 톡톡히 하는...
제작년도가 1981년도니까... 35년 정도 되었네요.
기타에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은 있으나 소리는 12현 답게 우렁차고 영롱합니다.
전 주인이 탑솔에 습도관리 안하고 정튜닝을 해 놓아도 넥과 상판에 변형이 없을만큼 튼튼하다고 얘기했지만,
전 소심하게 한 음 다운 튜닝해 놓고 쓰고 있습니다. ㅎㅎ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나 제가 만약 이 기타를 팔게 된다면, 전 주인이 구입한 중고 가격에 팔 생각입니다. 
차액은? 지금도 매일 번개하자고 조르는 그 전 주인분과 뿜빠이~ ㅋㅋ

3. 라리비 팔러 P-3
대란판입니다. 
제가 하도 작은 기타를 좋아하니까 통통의 지인 중 한 분이 본인 기타를 사시면서 제 것도 사서 10년치 생일선물로 주셨습니다.
팔러는 팔러라... 카포를 끼면 6번 줄의 울림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지금은 오픈 D로 튜닝해 놓고, 키시베 곡 연습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
선물하신 분은 맘에 안들면 팔아도 된다 하시지만... 그건 좀 아니죠?
이 놈도 만약 팔게 된다면 대란 전 가격을 기준으로 중고가를 산정해서 팔 생각입니다.

4. 에피폰 DOT
전 기타를 주로 소리 보다는 모양 보고 선택을 합니다.
OM 바디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도 컷과 노컷이 아름다운 유일한 바디이기 때문입니다. (제 기준에...)
일렉은 젬병이지만, 할로우 바디의 아름다움 때문에 품게 되었습니다.
가끔 풀할로우가 장터에 나오면 이 놈을 팔고, 풀할로우로 갈아탈까 고민하곤 하지만,
풀할로우는 프렛이 20까지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마 계속 가지고 갈 것 같습니다. 
프렛 드레싱을 한 번 받았는데, 프렛 교체와 다르게 드레싱은 프렛이 마모된 만큼 갈아내는 거라 
그 비용은 중고가의 상승이 아닌 하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에... 
만약 팔게된다면 구입가(사실은 교환가) 보다 싸게 내놓을 생각입니다.

5. 콜트 NTL CE Custom
사진에 없는 이유는 사무실에 갖다 놓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아자비님과의 인연을 맺게 해 준 소중한 기타입니다.
요즘엔 흔하지 않은 엥겔만 탑에 로즈우드 측후판, 본 넛에, 본 새들, 메이플 바인딩... 
최대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기타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바디 중 가장 아름다운 바디와 브릿지를 가지고 있는 기타라 생각하기에 팔 생각도 없지만, 
만약 판다고 해도 절대 제값에 내 놓을 수 없는 기타입니다.
이 기타 역시 판매한다면 구입가와 판매가의 차액은 아자비님과 뿜빠이를 하거나, 같이 술을 마시거나... ㅎㅎ

6. 테일러 TSBT
이 기타는 현재 차에 보관 중입니다.
추운 겨울, 더운 여름 내내 차 안에 있었습니다.
습도 관리를 전혀 안해 여름에는 프렛이 넥 밖으로 삐져 나와 까끌까끌하고,
겨울에는 하이프렛에서 적당하게 버징이 나는 그야말로 전투용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이 기타는 시세대로 팔기에는 양심에 찔리고, 
싸게 파느니 그냥 전투용으로 가지고 갈 그런 기타입니다. 

제가 편하게 팔 수 있는 기타는 에피폰 DOT과 테일러 TSBT 정도인데,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관리를 안했으니
시세보다 싸게 내 놓아야 하고, 그럴 거라면 그냥 품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없으면 허전한 기타들이라...

기타를 취미로 치는 저에게 기타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저와 다르게 어떤 분은 연주가 아닌 소리를 추구하기 위해 기타여행을 하시는 분도 계실테고, 
다양한 기타가 내 주는 다양한 소리에 끌려 여러 대의 기타를 가지고 계시는 분도 계실테고,
기타를 연구하기 위해 기타를 사 모으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기타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되팔이를 통해 이윤을 챙기는 사람도 아마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 주식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듯, 업자가 아니더라도 기타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게 기타는 돈이겠지요. 업자도 아니면서 중고 기타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라 능력자입니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죠. ㅎ)을 투자했을까요?
저의 요지는 그 사람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관점으로 기타를 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입니다.

저도 기타를 사서 자기에게 익숙해지기도 전에 맘에 안든다고 쉽게 팔아버리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옆동네 카페이서 번개를 하는데, 한 회원 분이 중고 기타를 사러 천안을 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나가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전 번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번개 끝난 후에 제 차로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11시쯤 서울에서 천안으로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30분쯤 시연을 하고 기타를 사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분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서너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해서 한 일이기에 전 사례를 하겠다는 그 분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냥 마음만 받겠다고...
하지만, 며칠 후 그 기타가 통통 장터에 올라온 걸 보고는 마음이 유쾌하지는 않더군요.
기타 강습도 하시고, 기타를 전문적으로 치시는 그 분 입장에서 보면 기타는 '관계' 보다 소중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이 기타를 대하는 마음은 아마 저와는 사뭇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기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남들도 다 똑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마치 역사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이 맘에 들지 않으니 국정교과서 하나로 통합하자는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당사자가 이 글을 보더라도 상처 받지 않으셨음 합니다. 지난 번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

우리는 객관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의 생각은 주관일 뿐입니다. 그 주관을 마치 객관인 양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모습은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사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서 싸울 것이다.


저는 되팔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몇몇 분들의 주관적인 글로 인해 통통에서 기타를 사고 파는 모든 분들을 되팔이로 의심해야만 한다면 전 차라리 되팔이를 옹호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올린 6대의 기타... 나중에 제가 정말 돈이 필요해 장터에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이 급하면 급매를 위해 시세보다 싸게 올릴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계'의 가치를 기타에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있는 기타가 통통 장터에 올라온다면, 전 기꺼이 시세보다 돈을 더 많이 주고라도 그 기타를 살 것입니다.
통통에 어떤 분이 가지고 계시는 콜트 SFX-LE2... 제가 예전에 몇 번이나 시세보다 더 드릴테니 팔아 달라고 애원을 했었는데,
그 분은 무정(^^)하게도 그 기타를 팔지 않고 계십니다. ㅎㅎ

전 통통을 기타 장터가 아닌 기타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장점이 뭘까요? 
나에게 맞는 기타를 사거나, 기타를 연주하거나, 또는 기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타에 관련된 많은 부분을 '관계'를 통해 해결하자고 모인 것이 바로 기타 커뮤니티인 통통입니다. 
커뮤니티를 하며 기타에 대해 잘 아는 몇몇 분들과 글로라도 친분 관계를 맺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기타를 살 때, 기타를 연주할 때, 또는 기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분이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사고 싶은 기타가 장터에 매물로 올라왔는데, 이게 문제가 없는 기타인지 궁금하시면...
먼저 같은 모델명으로 이전 거래 내역을 검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잘 모르시겠으면, 자신이 신뢰하는 통통의 회원들께 쪽지나 문자로 여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그 기타를 놓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통통에서 내공을 쌓으시면서 좋은 기타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셔야 합니다.
다른 분들도 그런 과정을 통해 통통 초보에서 중수, 고수를 거쳐 노블이 되신 분들입니다. 
고가의 기타를 구매하시는데 그정도 공조차도 들이실 수 없다면...
그것까지 통통이 책임질 수는 없겠지요.

그러려고 시작한 글은 아닌데...
갈수록 글이 거칠어짐을 스스로 느낍니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들어와 '여전한' 통통의 모습을 보며 약간 답답함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이 또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로 설 연휴가 끝이네요.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통통의 모든 분들이 통통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가지세요~ ^^
꾸벅~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