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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동 음악 다방

오베루모즈님을 떠나 보내며...

by Back2Analog 2014. 10. 14.

※  포스팅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기타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입니다. ^^


열무아찌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올리는 이 글을 오베님이 보실지 모르겠네요... 
동전에 양면이 있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좋은점과 좋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공처럼 둥글어서 어떤 면이 좋은 쪽이고 어떤 면이 좋지 않은 쪽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데, 오베님은 동전처럼 그 두 면이 확실한 분이셨구요. 
그래서 저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도 오베님은 속 시원하게 풀어 놓으셨고, 그 모습에 많은 분들이 박수를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경험’과 ‘지식'을 마치 답이 하나밖에 없는 진리인 양 말씀을 하시는 모습에는 안타까움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었습니다. 

오베님이 그러하듯, 통앤통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도 역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베님이 첫번째로 지적하신 소위 동호회원들 간의 친목… 
통통을 기타 중고 거래 장터로만 여기신다면 오베님이 말씀하신 친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통앤통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 시작은 잘 모르지만, 추측하건데 통앤통은 기타인의 친목을 중심으로하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했고, 그로 인해 장터가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회원이 늘어나고 장터가 통통의 주 기능이 되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다양한 문제들을 만약 통통의 운영진과 회원들이 ‘낙인’이 아닌 ‘친목’으로 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구요. 

가끔 우스개 글로 '오늘도 안녕한 중고나라…' 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친목에 기반하지 않는 장터는 물건만 사고 팔면 그만인 중고나라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중고나라에 '오늘도 안녕한 통앤통...'이라는 글이 올라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앤통을 위해서라면 소수화된 친목을 문제시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전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일반적으로 친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친목을 형성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오베님은 친목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셨고, 그걸 다른 회원들에게 일반화 시키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오베님 입장에서 그게 정말 통통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셨을 거라는 건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친목으로 시작했던 통통에 회원이 늘어나면서 친목이 깨지게 되고, 깨어진 친목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거래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왜곡된 친목이 다시 불신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잘못된 거래에 대한 후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알아서 판단하게 해야 할까요? 
잘못된 거래를 막기 위한 후기(악화)가 오히려 통앤통을 선한 거래(양화)를 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문제의 원인은 파악하지 않은 채 결과에 대한 처방만 내린다면 그 문제는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얼마전 통앤통에 지역 게시판이 생긴 걸 보고, 운영진이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늘 가까운 곳에 통앤통 회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집근처에 사는 통통 회원과 작당 모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타에 대해 믿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목의 대상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저는 인천에 한 작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가장 공동체가 활발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공동체가 파괴된 공간이 바로 아파트라는 곳입니다. 만약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통통회원님이 몇 분 살고 계시다면 함께 토요일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동네 꼬마들을 대상으로 버스킹을 하고 싶습니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현관문을 걸어 잠그며 살고 있는 많은 아파트의 주민들이 버스킹을 보러 놀이터로 나올 것이고(과연? ^^), 그 과정에서 단절되었던 아파트의 공동체 문화가 되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웃을 소개시켜 줄 수 있고, 그 안에서 이 사회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얘기가 나왔으니… 아파트와 기타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첫째, 본래의 목적(주거와 연주?)을 읽은 채 투자의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둘째, 싸게 사서 비싸게 팔리길 바란다. 집단적인 담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셋째, 가격을 방어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사회가 병다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이 아닌 주거의 목적을 되찾아야 이 사회가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더 싸지고, 그로인해 기타가 더 많이 대중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되팔이를 비롯한 가격 부풀리기 등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기타가 연주가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오베님 말씀처럼 기타를 사는 그 순간부터 이미 팔 때를 생각 한다면… 기타를 연주해야 하는 악기가 아닌 사고 팔 때 손해를 보지 않았야 하는 투자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 기타가 가지고 있는 소리의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워킹데드님과 기타관리 문제로 논쟁이 있었을 때… 제가 오베님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렸는데, 오랫동안 답장이 없어서 확인해 보았더니 오베님께서 메일을 읽지 않으셨더군요.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어제… 통통을 떠난다는 오베님의 글을 읽고, 메일 수신 결과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혹시라도 오베님이 떠나시는 이유가 제가 보낸 메일 때문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통통에 논란이 되는 글과 그 글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제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단 한가지입니다.
논란이 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의 문제 보다는 그 글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심각하다.
모든 사람이 선플만 달 수는 없겠지만, ‘배려’가 아닌 감정의 ‘배설’은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달았던 댓글처럼…
저도 오베님과 쐬주 한 잔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10월 쯤 서울에 출장 계획이 있다 하셨는데, 
혹시라도 서울에 오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개인정보 공개를 무릅쓰고 제 전화번호 남깁니다.
010-2307-5869
2014년 10월 14일 열무아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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