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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근대교육의 종말

2015년 은평혁신교육지구 사업계획서 서문

2년, 아니 3년 전 이맘 때 나를 가장 힘들고, 또 즐겁게 했던 서울형혁신교육지구 공모 준비... 덕분에 난 조금씩 줄여 가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1. 민선5기 은평구 교육실험의 성과와 한계

교육은 인류가 축적해 온 지혜를 배우는 것이기에 행복해야 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에 희망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교육은 행복과 희망이 아닌 고통의 시작이 되어 왔다.
기준도 없이 상대적으로 세워지는 줄 안에서 단 한 명의 승자 외엔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경쟁교육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육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고, 학부모들이 짊어져야 하는 사교육비의 부담은 급기야 세계 제일의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불행한 현실과 희망 없는 미래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 경쟁이 만들어 낸 ‘교육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현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당면한 교육의 문제 또한 성숙한 시민과 공동체가 살아 있는 마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학교는 마을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마을과 학교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는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1월 17일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벽을 허물고 상생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슬로건을 내 걸고 이루어졌던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공동선언’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1)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다 -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 ‘마을 속 학교’

은평구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마을에서 발굴한 교육 콘텐츠를 학교와 연계하는 이른바 ‘마을 속 학교’사업을 3년째 추진해 왔다. 자치구의 예산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경비보조금을 통해 마을과 학교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동시에 마을의 교육 일자리를 만드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 은평구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 개념도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이 교육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을과 학교의 협력을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정확한 맥을 짚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면한 교육의 문제는 토건사업을 통해 아파트가 주거가 아닌 투자의 목적과 대상이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깨지고, 그 결과 마을이 마땅히 책임져 왔던 돌봄이라는 교육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그 모든 역할이 오롯이 학교로 전가되어 왔던 구조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취해진 대부분의 교육정책들은 구조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마을과 학교가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드러난 문제의 처방에만 급급했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으로, 오히려 문제의 해결이 아닌 마을이 학교를 병들게 하고, 병든 학교가 마을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순환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과 학교는 각자의 입장에 갇힌 채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고 상대방의 문제만을 지적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마을과 학교가 만나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상대방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려 했다는 것이, 그래서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접점을 마침내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이 가져온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토대위에 다시금 은평구 교육혁신지구를 모형을 구축하려 한다.


2) 청소년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다 - ‘은평구 청소년 참여위원회’

교육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는 교사, 학부모와 함께 교육의 한 주체인 청소년이 교육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다. 교육의 주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들은 교육자치의 수장인 교육장을 선출할 권한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은평구는 2012년 주민참여예산제 교육청소년 분과에서 삭감한 6,800만원의 교육예산의 집행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갓 출범한 제1기 청소년 참여위원회에 부여해주고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교육청소년 분과에 왜 청소년이 없냐는 김우영 은평구청장의 지적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 은평구 주민참여위원회 조직도

어른에게도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닌 6,800만원에 대한 집행 권한을 갖게 된 은평구 청소년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8시간 넘게 토론을 한 끝에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바라는 직업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으로 구성된 직업체험 박람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공무원들이 모두 퇴근한 구청에 남아 불을 밝히며 홍보물을 만들었다. ‘직업을 JOB아라!’라는 슬로건도 직접 정했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포스터 디자인도 직접 제안했다.

※ 청소년 직업체험박람회를 다룬 기사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직업체험박람회는 성공적이었다. 단지 그럴듯하게 행사를 치렀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들이 제안한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도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임을 당당하게 증명한 것이다. 임기가 끝날 즈음 그들은 모두 제2기 청소년 참여위원으로 남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 중엔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3 학생도 있었다. 부모님의 우려와 구청 공무원의 만류로 연임을 미룬 그 학생은 1년 후 대학생이 되어 청소년 참여위원회로 다시 돌아왔고, 현재 아직 임기가 남은 제3기 청소년 참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동시에 그들이 기성세대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관습의 틀 안에서만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만약 청소년들이 미래의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을 마치 아브락사스처럼 깨고 나오는 모습에 관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은평구는 청소년들이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청소년 의회 구성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역의 중심이 되고, 미래의 희망이 되고, 나아가 교육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3) 서울교육의 중심이 되다 - ‘서울형 교육우선지구 최우수구 선정’

지난 2014년 3월 서울시는 교육우선지구를 공모하여 11개 자치구를 선정한 바 있다. 그리고 2014년 12월 18일 있었던 교육우선지구 평가에서 은평구는 종로구와 함께 당당히 최우수구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은평구가 최우수구에 선정된 이유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발굴한 우수한 교육콘텐츠를 교육경비보조금을 활용해 학교에 지원하는 ‘은평지역사회 교육콘텐츠 연계사업’과 진로문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희망학과를 체험하여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대학학과 탐색 프로젝트 은평대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은평구는 서울형 교육우선지구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 및 수상

은평구가 서울형 교육우선지구 평가에서 최우수구를 수상한 배경에는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 은평에는 성공한 민·관 거버넌스의 경험이 있고,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발굴되고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검증된 수많은 교육관련 기관과 단체와 개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은평구에는 학교가 마을을 향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에 대해 물어온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할 마을 교육공동체가 꿈틀대고 있다.


4) 자치구의 교육실험이 가지는 한계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교육의 문제는 당연히 중앙정부의 교육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교육청이 주도성을 가지고 자치단체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문제를 개선하는데 몇몇 자치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치구가 떠안고 있는 보조사업비의 증가로 자치구가 편성할 수 있는 교육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교육경비보조금은 학교를 통해서 집행되어야 하는 법적 제약에 묶여 있다.

은평구는 지난 몇 년 동안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을 통해 학교와, 그리고 자치구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에 지역사회 교육전문가를 배치하며 서부교육지원청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학교와 마을, 그리고 자치구와 교육지원청이 교육에 대한 관점을 통합하는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혁신교육지구는 자치구와 자치구에 속해 있는 학교를 지원해 주는 지역 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서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이 추구하는 교육 가치와 구로, 금천에서 의미 있는 시도와 성공을 거두었던 혁신교육지구 사례에 은평구가 해왔던 다양한 교육적 실험이 결합된다면 지역적 특성에 맞는 교육적 대안이 생기고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은평이 가지고 있는 장점

1) 민∙관 거버넌스 성공의 경험

서로 다른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민과 관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불편한 일이다. 때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그로 인해 다른 한 쪽이 끌려갈 수 있으며, 각자가 생각한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으면 이내 거버넌스의 편익을 위해 감수해 왔던 수많은 불편함이 증폭되어 다시 협력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심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은평구는 민선5기를 거치며 다른 어느 자치구보다 민관 거버넌스를 성공적으로 경험해 왔다. 불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더 큰 성과로 인해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주민참여예산제로 대통령 상을 수상했으며, 마을과 학교가 만나 자원을 공유하는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을 3년째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른 자치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은 민과 관이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합해 이루어낸 성공의 경험이다. 민과 관이 현실 속에서 이룬 거버넌스의 성공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은평구만의 자산이다.


2) 마을에서 발굴한 다양한 교육 자원

은평구의 주민들은 더 이상 축제의 관객이 아니다. 주민참여형 축제인 은평누리축제를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지역의 자원들이 발굴되었다. 또한 평생학습관은 운영 2년 만에 평생교육도시로 선정되며 지역의 숨은 고수들을 발굴, 마을 자원으로 육성하는 일을 해 왔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이다. 마을의 주민을 주체로 세우는 다양한 사업들이 시너지를 내며 마을과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역기관이 협동조합이 되고, 마을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마을에서 발굴, 육성하여 학교를 통해 꾸준히 검증을 받아온 은평구의 수백여 개의 개인, 기관, 단체들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동력이 될 것이다.


3) 마을과 학교를 선이 아닌 면으로 연결하는 은평의 네트워크

※ 마을의 자원이 만나 선으로 이어지고, 면으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

국가가 사회 안전망 복원을 위해 별도의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는 사이에 은평구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과 마을 주민과의 관계망을 넓혀 왔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문을 지나 마을로 나왔을 때 그 마을이 안전하기 위해선 마을에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안전(safe)이 아닌 네트워크로 구성된 안전망(safe net) 구축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지가 아닌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 하나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수천억의 예산도 부족할 수 있지만, 마을 공동체와 생태계 복원을 통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은평지역의 다양한 교육 주체들은 2013년 하반기부터 20여 차례 논의와 토론회, 워크숍을 통하여 우리지역의 아동청소년의 다양한 삶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지역공동체 안에서 모색 해왔다. 가정, 학교, 행정, 지역사회가 서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하는지 연구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하여 역할을 분장하고 서로 협력하는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한다면, 현재 각 단위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의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은평 혁신교육지구의 목표와 비전

1) 혁신교육지구와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의 만남

혁신교육지구는 구로구와 금천구에서 시작되었던 교육정책 사례이다. 혁신교육지구는 학급당 학생 수 25명 감축으로 대표되는 학교 교육환경 개선의 효과를 통해 확보된 교사의 여력으로 마을로 다가가는 교육청과 학교 중심의 교육정책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은평구에서 최초로 시작했던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은 자치구가 마을의 교육자원을 발굴해 학교를 지원하는 마을에서 학교로 다가가는 사업이었다. 혁신교육지구가 학교를 학교답게 하기 위한 사업이었다면,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은 마을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었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두 사업이 각자 일구어낸 성과의 의미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때문에 두 사업은 성과의 후면에 마을과 학교가 처한 정체성의 한계 또한 존재한다.

학교의 입장에서 마을을 바라보았던 혁신교육지구 사례와 마을에서 학교를 지원하려고 했던 교육콘텐츠 연계 사업의 만남은 단순한 정책과 정책의 만남을 넘어서는 가치와 철학을 포함하고 있다. 마을이 학교와 만나고, 학교가 마을과 만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잘못된 구조 속에 숨어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확인하고 머리를 맞대는 것, 그 과정에서 마을과 학교가 자신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교육의 두 축인 배움과 돌봄을 통합하는 것이 은평이 생각하고 있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의 모델이다.


2) 목표와 결과가 반영되는 새로운 평가지표의 개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이다. 마치 세월호 사고의 대책으로 한 때 신문지상에 거론되기도 했던 ‘수학여행 폐지’처럼……. 학교가 마을에 운동장을 개방하기 시작할 즈음 터진 모학교의 불미스런 사고로 인해 학교가 마을로 향한 열었던 교문을 다시 걸어 잠근 사례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사업의 평가지표는 그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한 사업의 평가지표만 좋을 수 있다면 그 평가지표를 얻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구조적인 모순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선별적이며 파편화된 평가지표가 조금씩 구조를 갉아먹고 그 결과가 우리가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라는 인식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평가지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수치상으로만 의미가 있는 평가지표의 틀 안에 갇혀 공동이 가지고 있는 관심의 영역을 갈수록 축소하고 파편화한 결과가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교육의 현실이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는 잘못된 평가지표에 의해 교육의 파편이 되어 버린 마을과 학교, 그리고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이 만나 함께 교육에 대한 권한과 의무를 갖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혁신교육지구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지표는 시대의 요구는 물론 혁신교육지구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철학을 담아 새로운 관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3) 서로의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되어주는 마을과 학교

작년 말 은평구청 은평홀에서는 은평의 아동청소년 기관 단체 활동가, 공무원, 학부모, 시민사회 활동가 100여명이 모여 소셜픽션을 진행했다. 소셜픽션은 공상과학소설처럼 먼 미래의 사회를 예측해 봄으로써 지금 그 예측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상상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류가 우주여행과 같은 과학적 상상력(Science Fiction)을 현실화한 것처럼 사회에 대한 상상(Social Fiction)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 소셜픽션을 위해 진행되었던 은평지역 교육전문가 토론회 (2014년 11월)

은평구의 주민들은 소셜픽션을 통해 마을과 학교가 함께 행복해지는 꿈을 꾸었다. 소셜픽션에서 꾸었던 꿈처럼 마을과 학교가 서로가 서로의 지렛대가 되어 마을이 학교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학교가 마을의 성장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은평이 지향하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의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

4)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지원체계 구축

21세기 사회적 양극화현상은 교육의 양극화로도 이어져 극심한 교육격차와 경쟁구조가 심해지고 있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삶은 더욱 위태롭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김우영 은평구청장을 비롯한 서울의 진보 기초 단체장들이, 그리고 서울의 미래교육을 책임지게 된 조희연 교육감이 자본의 이윤추구에 의해 파괴된 마을로 눈을 돌린 이유는 미래 사회를 위한 유일한 희망이 공동체가 복원된 마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듯, 공동체 파괴로 인해 파편이 된 마을의 상처는 고스란히 학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고, 공동체가 복원된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확보되어야 학교가 떠안고 있는 무거운 짐을 비로소 마을이 나누어 질 수 있다. 혁신교육지구는 단순히 교육만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은 아니다.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중심에 교육이 있고, 당면한 교육 문제의 해결은 마을과 함께 힘을 합쳐야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이끌 「은평 혁신교육지구 협의회」조직도

은평지역에는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문화의 집, 평생학습관, 교육복지센터, 청소년수련관, 복지관과 같은 여러 아동청소년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 그리고 작은도서관 및 소모임과 같은 민간의 모임들이 있고, 아동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활동가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의 인프라와 인적자원들이 제각기 흩어져 있기에 지역 차원에서 아동청소년의 효과적인 지원이나 문제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혁신교육지구 협의회와 아동·청소년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의 아동청소년 관련 인적, 물적 자원들을 상세히 조사하여 연계하고 뜻을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모일 수 있는 상설 체계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은 아동청소년 역량의 시너지를 만들고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생산과 공동사업을 가능하게 할 기반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며 그러한 동력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현재 단기적이고 일회적 사업 중심의 사업을 넘어서는 환경을 세우는 정책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은평구가 만들고자 하는 은평 아동·청소년 네트워크는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다. 아동청소년의 삶으로부터 마을전체의 변화를 일구어내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 마을의 다양한 자원이 아동청소년의 자원을 위해 총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 내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아동청소년과 연결시키고 각 세대가 공동의 협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한다.

이렇듯 은평구가 그동안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시도해 왔던 다양한 교육적 실험과 그 과정에서 발굴된 지역의 많은 교육자원들이 마을과 학교의 교육을 지원하는 견고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혁신교육지구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