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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시대 진단

자본이 기타(guitar) 제작에 미친 영향...

by Back2Analog 2017. 11. 29.

2015년, 대학원에서 문화예술사 수업을 들으며 '현실과 예술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난 발표의 마지막 Epilogue 부분에서 마틴의 D100 deluxe를 보여주며 금도 아닌 나무 쪼가리로 만든 기타가 어떻게 1억이 넘을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발표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 보니 기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휠씬 이전에 다양한 형태(모양과 현의 수)로 존재해 오다가 1799년인가? 스페인 작곡가 소르의 제자인 페데리코 모레티에 의해 오늘날 처럼 6현 기타의 연주 교재가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마틴 기타의 헤드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가내 수공업이 아닌 공장형 기타 제작을 이끈 마틴은 1833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 전쟁인 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기타가 1억원을 호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Pre War(세계대전 이전) 방식으로 기타를 제작하기 위해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내가 내린 가설은 이렇다. 프리워 마틴이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첫째,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타를 만들기 위한 좋은 목재들이 불타 없어졌다. 실 예로 빈티지 펜더의 경우 같은 기술로 만들어진 기타지만 생산 연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바로 사용된 목재의 차이 때문에... 지금은 나무를 소재로 하는 다양한 소비재의 확대로 나무가 기타의 소재로 쓰일만큼 충분히 자랄때까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


둘째, 기타 제작의 목적이 달라졌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의 추구이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자본주의는 그 틀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키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즉, 장인정신으로 기타를 만들던 기타 제작자들이 세계대전을 거치며 커진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 따위를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대전 이전에는 더 좋은 소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기타가 세계대전 이후에는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업화되지 않은 1인 루시어는 더 많은 이윤이 아닌 더 좋은 소리의 기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타의 애초에 자연 속에 존재하는 소리의 주파수를 악기로 옮겨 인간의 감성에 자극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목적이 이윤 추구로 바뀌었다. 기타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틴이라는 회사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윤이 아닌 기타 그 자체의 소리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정점이 바로 프리워 시절이 마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틴은 그러한 노력에 대략 1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책정했다. 그 가치를 누가 알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