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로빌 공동체 사례발표 참석 후기

최근들어 부쩍 하나의 현상이나 가치, 그리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양가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한 내 태도의 장점은 내가 보려고 하는 대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 그리고 단점은 그러다 보니 몰입이 쉽지 않다는 것... 
다음은 어제 인도의 오로빌 마을공동체 사례를 들으며 한 메모들이다. 

한 사람이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수의 피해(때로는 죽음에 이르는…)를 전제로 하듯, 우리가 과도한 경쟁의 산물로 이룩한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그 어떠한 범죄행위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일 수도 있다. 무심코 사용한 종이컵 하나가 완전히 썩어 분해가 되는데 무려 20년이 걸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모든 문명을 부정해야 할까? 만약 이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수 있다면 또 모를까, 그러한 현실의 구조화된 모순을 뒤로 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는 몇 명과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것은 세련된 도피처럼 보인다. 나 또한 나와 관계된 모든 관계를 끊고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으나, 그 또한 진정한 행복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차라리… 도피하지 않고, 문명이 만든 진흙탕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 사례를 듣고 있자니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 결핍이 관계를 만든다. (큰 위기... 문명의 종말이나 외계인의 침공의 시기에 공동체는 부활할 것이다.)
@ 계획된 커뮤니티 VS 자생적 커뮤니티 
@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VS 현실에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
@ 일라이(The Book of Eli)... 인류 멸망 이후 삶의 준비?
@ 오로빌에서 안되는 두 가지 룰? (폭력과 사적 소유... 폭력은 물리적, 정신적 폭력 포함)
@ 애정만세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데, 나만 어색한...)
@ 인류가 축적한 문명의 긍정성까지도 부정하는? 그렇다면 모든 문명은 악일까?
@ 도피, 배타적 커뮤니티, 보편적 성장과 분리된 꿈?
@ 인류의 보편적 지향으로서의 공동체는 아닌 것 같은...

다음은 세계마을교육공동체 오르빌 강연 설문조사 네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4. 공동체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공동체는 결핍이 만든 역설적 '선물'입니다. 서로에게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결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지요. 물질적 풍요가 과소비로 이어졌고, 그 관성이 역으로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졌지만 그걸 깨닫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문학적 성장이 필요하겠지요. 억지로 "너는 정신적으로 결핍되어 있으니 공동체가 필요해"라고 주장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요...
오히려 오로빌 같은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것은 공동체를 향한 '도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간지대가 필요합니다. 수면 아래에 잡자고 있는 정신적 결핍을 일깨울 수 있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문명의 모든 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은 공동체 확산에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체가 사례 확산에는 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공동체는 이 정도의 결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엄두도 내지 마!"가 아니라 "공동체는 누구나 편하게 시작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공동체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부정을 통한 부정이 아니라... 보완을 통한 부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소위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비판받고 있지만, 맑스와 근대철학이 태동된 독일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개량'의 태도가...
정과 반이 강하게 충돌하는 시대에는 합(개량)이 가장 진보적일 지도...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