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덴마크 교육연수 1+2일차

8월 26일, 월요일 새벽 4시... 어제 일요일이라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여전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떠졌다. 그 전에도 여러차례 눈이 떠지긴 했지만 그것은 시차와 무관한 단순한 뒤척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렵지 않게 다시 잠에 빠져든 걸 보면...
혁신교육지구 지방정부협의회 의장구인 도봉구에서 연수 일정을 잡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시작부터 주말이 끼다 보니 기관과의 일정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덴마크 한인회장의 도움으로 어렵게 유치원 방문이 성사되었다.

덴마크 유치원 방문


56명의 아이와 12명의 교사가 있는 작은 유치원, 먼저 가이드의 해석을 통해 들은 한국과 ‘다른’ 것을 먼저 나열해 보면...
1. 유치원은 지방정부가 운영하며 몇가지의 가이드라인 외에는 모두 유치원 자율에 맡긴다.
2. 그 가이드라인은 언어, 활동, 자연, 과학, 사회성(협력), 문화 등... 여기서 언어란 따로 글을 가르치지 않는 걸 보면 사회성에 필요한 말하기인 것 같다.
3. 한국은 나이대로 반 편성을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나이가 다른 아이들끼리 서로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시설이 아이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 높낮이가 조정되는 조리대 등...
4.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실내가 아닌 야외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실내보다 훨씬 더 넓은 야외 놀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영하 10도까지는 아이들을 밖에서 재운다는 것이었다. 물론 충분히 따뜻하게 입혀놓고...
5. 유치원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교성과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부터 ‘경쟁심’을 요구받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수면 유모차(?)의 안전 장치를 보여주는 선생님

유치원은 축소판 사회의 모습이다. 작은 탁자와 소파가 앙증맞다.


아마도 덴마크에서 이런 교육을 하는 배경에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문화적 차이가 아닌 인류의 보편적 관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가이드를 통한 질문이 여의치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덴마크에서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이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 선진국 덴마크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교육의 새로운 변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농경으로부터 비롯된 생산력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태어난, 그리고 나이와 무관하게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수월해진 새로운 인류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인류는 농경사회 이전에는 여느 포유류와 같은 모계사회였다고 한다. 종의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농경 이후 가부장제와 계급의 분화가 일어났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낳은 아이를 생존하게 하려면 생산력의 확대가 더 절박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은 인류 최대의 사기고 농경을 통해 인류는 더 극심한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렸다고 했다. 인류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이 힘들게 낳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여성들은 어쩔수없이 생산력에 도움이 되는 남성의 근육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부족간의 약탈 경쟁에서 생산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얼마전까지 이어져 온 남아선호와 지금까지도 잔존해 있는 가부장제는 그런 이유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계급 또한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경험이 많은 어른의 말을 들어야 했고, 보다 현명한 이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했을 것이다. 난 맑스의 주장에 반해 계급은 잉여생산물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의 단점은 친절이 과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삼천포로 빠진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생식능력이었고, 농경 이후 지금까지 인류에게 필요한것이 생산능력이었다면 현재 인류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아마도 정보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한 노인이 취학 전 아니보다 더 뛰어난 정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비약하면 기술의 발달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었던 아이들은 그 이전의 어떤 인류보다 뛰어난 정보접근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이후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2017년 기으로준 1년에 16ZB(1초에 영화 28만 편 꼴)의 정보가 생산되는 정보빅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많은 정보 중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는 것은 신의 능력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류가 지난 1만년 동안 생산력 확대를 위해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살아왔다면, 이제 인류는 정보의 효율적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놓여 있다.
하긴... 아무리 교육 선진국이지만 덴마크의 유치원 교사와 논쟁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의 범주가 다르다는 것이다. 도봉구청장님의 제지로 나의 질문은 막혔지만 일정정도의 경향성은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는 자신의 주관을 섞어 스마트폰은 아이들 교육에 절대적으로 해가 되므로 교육의 중요한 변수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이드의 그 확신의 찬 말을 들으며 난 왜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막아섰던 최만리가 떠올랐을까? 지금의 권력은 기성세대에게 있고,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교육의 기준을 판단하는 것이라면 한국과 덴마크의 차이는 그저 역사와 환경, 그리고 경험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외 코펜하겐의 여기저기를 떠돌며 시험에 나올리 없는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가이드는 마치 덴마크 사람처럼 덴마크의 그것들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국뽕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에는 단지 빠른 경제성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른 필요한 것들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놓친 가치들을 지키려고 하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4•19가 있었고, 5•18이 있었고, 6•10과 촛불혁명(촛불혁명은 며칠로 해야할까?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던가?)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와 정치가 서로를 견인하며 성장해 온 서구, 그 중에서도 북유럽 복지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몇몇이 있을 뿐이다.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정보능력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할지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간 5시 43분... 아침 운동을 나온 금천구청 박은숙 과장의 방해로 지난 이틀 간의 수기를 마친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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