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덴마크 교육연수 3일차

연수 4일차입니다. 시나브로 시차에 적응이 되었는지 5시가 넘어 눈이 떠졌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민선 5, 6기 관악구청을 거쳐 민선 7기 강남구청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정창교 형님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스티브잡스와 닮은 외모 탓에 스티브창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생각과 행동도 대한민국 정치계의 스티브잡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분이셨습니다.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페북 프로필을 백혈병 환자라고 바꿀 정도로 재기 넘치시는... 투병 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떠나시는 길도 지킬 수 없어 오랜시간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멀리 핀란드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어제는 연수 3일차, 오전 덴마크 교육부와 오후, 초등학교 방문이 있었습니다. 덴마크 교육부는 우리나라와 달리 학령기 교육보다 평생교육에 더 역점을 두는 것 같았습니다. 평생 언제든 공부가 하고 싶을 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학령기 교육이 예산면에서나 관심면에서나 평생교육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혁신교육지구 관련 강의를 준비하며 한국의 교육을 5W1H로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만(who), 학령기에(when), 학교에서(where), 입시경쟁교육을(what),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why),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how) 하지만, 덴마크를 비롯한 교육 선진국에서는 모든 시민이(who), 평생 동안(when), 마을과 학교에서(where), 행복하기 위해(why), 서로 협력하는(how), 교육(what)을 합니다. 제 관심을 끌었던 건 25세 미만 청년들의 20%인 48,000명이 직업 없이 국가의 지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그랬다면 국가가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복지국가의 폐해네 어쩌네 하면서 설레발을 쳤겠지만, 덴마크에서는 위기의식 없이 앞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인류는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 생존을 위한 노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농경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생산노동을 시작합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이윤(부가가치?)을 창출하지 않는 노동은 노동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생산력의 문제를 일정정도 해결한 4차 산업시대의 노동이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생존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생산노동은 빠르게 기계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은 분배의 실패로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 이제 인류는 ‘여가 노동’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가를 만들어 내지 않는 노동은 가치가 없는 시대... 유투브를 통해 12편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단 10분으로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노동,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줄 수 있는 노동, 여행지를 다니며 가장 좋은 코스를 추천해 줄 수 있는 노동... 전 역설적으로 현재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48,000명의 덴마크 청년들이 그러한 여가 노동의 주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레 가지고 있습니다. 근대적 노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런 노동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명은 때로는 느린 양적 축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양적 축적이 틀을 깨야 할 시기에 과감한 질적 변화의 변곡점이 있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덴마크의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도봉구청장님은 직접 눈으로 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전 아마도 천국이 있다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맘껏 뛰어 놀고, 생각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 나이를 떠나 교사든 학생이든 나와 다른 존재에게 기꺼이 배움을 청할 수 있는 공간... 덴마크의 (우리나라의 중학교를 포함한)초등학교가 새로운 가능성을 늘 열어 놓은 공간이라면, 대한민국의 학교는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그리고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키기 위한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따라 다니다가 나와 친해진 클라우디아...

​그 와중에 교장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두 아이를 만났습니다. 한 아이의 이름은 클라우디아, 다른 아이의 이름은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정책연구단의 조은희 정책관이 마련해 준 작은 선물을 전해 주고, 손가락과 고무줄 마술을 보여주며 클라우디아와 친해졌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는데 교장, 교감 선생님과 함께 클라우디아도 학교 밖으로 따라 나왔습니다. 클라우디아는 이별이 못내 아쉬웠는지 떠나는 저에게 포옹을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포옹의 그 온기가 남아있는 듯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초등학교 방문을 끝으로 덴마크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 7시쯤 시벨리우스의 고향 핀란드에 도착했습니다. 핀란드의 시차는 덴마크 보다 한 시간이 늦습니다. 눈 뜨고 한 시간을 도둑 맞은 셈입니다. 그 한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덴마크에서 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핀란드의 첫인상은 덴마크가 주었던 아기자기한 고풍의 매력과는 달리 뭔가 좀 큼직큼직하고 현대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핀란드는 처음이라 더 기대가 됩니다. 

@back2analog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