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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교육/영화 이야기19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은기엄마와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왔다. 원래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은기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로 재잘거리는데, 입을 열면 쪽 팔리게 울먹일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집으로 향했다. 같이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무슨 결심이라도 한듯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눈은 살짝 충혈되어 있었다. 영화는... 감동을 짜 내기 위한 장치를 일부러 제거라도 한듯 절제되어 있었다. 마치 감독이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당신을 얼마든지 펑펑 울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노무현의 분노 안에 숨어 있는 슬픔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노무현에게 중독.. 2017. 6. 11.
좀비 영화의 개연성 1. 좀비 영화의 개연성다양한 영화 장르가 있다. 멜로, 코미디, 호러, SF, 그리고 좀비... 내가 인상 깊게 본 좀비 영화는 레지던트 이블과 웜 바디스, 그리고 최근에 본 부산행이다. 그 외에도 본 좀비 영화가 없지는 않으나 아마도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이유는 영화와 현실과의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레지던트 이블은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이 쩔기도 하지만, 다국적 방위 산업체 엄브렐러가 생체 생화학 무기인 앨리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좀비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현실과의 개연성이 깔려있다. 웜 바디스에서는 기존의 좀비 영화와는 다소 다른 각도로 좀비를 조망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좀비를 악마화시킨 것이 아니라 좀비 입장에서 인간을 바란본다. 다소 코믹스럽긴 하지만 웜 바디스는 인간 중심.. 2016. 8. 14.
영화 '인턴'을 보고... 본의 아니게 영화관련 글들을 자주 올리게 되는군... 쩝... 극장에서 보고자 했으나, 도저히 일정을 뺄 수가 없어서, 연휴 중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서 본 영화 인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아마도 패션 관련 인터넷 쇼핑몰로 보이는 회사를 창업해 6개월만에 어마어마하게 성장시킨 캐서린 헤더웨이는... 회사가 커지자 전문 CEO 영입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는다. 그때 케서린이 던진 대사... "내가 할 일을 누군에게 계속 보고해야 된다면 내가 어떻게 내 일을 제대로 하겠어?" 보고가 업무의 대부분인... 관료 조직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캐서린의 이 말에 가슴에 제대로 와 꽂힌다. 혁신교육지구는 그동안 교육행정이 루틴하게 해 왔던 일을 더 강화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관학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엔진.. 2016. 1. 4.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음모 집단의 내부 고발자, 윤태호 원작의 영화 '내부자들' 감독판을 봤다.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하기도, 통쾌하기도 했지만, 극장문을 나설 때는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난 듯 아팠다. 불편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영화 내용은 나를 답답하게 했지만, 중간중간 터지는 촌철살인의 대사들과, 결국은 내부자가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에 의해 정경언 유착 비리가 폭로되는 비현실적인 결말은 나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통한 쾌감을 선사했다. 마치... 변비에 걸린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쾌변의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언제나처럼 어두운 극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서둘러 일어섰다. 하지만 우민호 감독은 그렇게 성의.. 2016. 1. 2.
뒤늦게 혼자 본 '사도' 세 줄 감상평... 뒤늦게 혼자 본 사도 세 줄 감상평... 1. 지도자가 무식하면 칼자루가 아니라 칼 끝을 쥐게 된다. 2.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 명분은 인간이지만, 소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작동한다. 3. 문근영은 어색하고 귀엽게 늙을 것이다. 아무래도 세 줄로는 부족해서... 4. 사도는 미친 것일까, 미침을 당한 것일까? 5. 노론에 의한 권력살인이라는 본질에 비해 부자 갈등이라는 현상을 지나치게 부각하였다. 6. 마지막으로... 절대 권력자의 컴플렉스는 사고를 왜곡시켜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다. 2015년 대한민국처럼...@back2analog 2015. 10. 17.
영화 '카트'를 보고... 은기가 남자친구랑 본 카트를 은기 수학여행 간 틈을 타 은기엄마랑 은슈랑 같이 봤다.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다가 마지막에 그만 눈물이 터져 버렸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한껏 올려버린 소비수준,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 붓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교육 수준, 그리고 비정규직의 양산... 카트는 21세기 대한민국이 해고가 곧 살인임을 가슴 절절히 느끼게 해준 영화이다. 은기가 어떤 느낌으로 영화를 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초, 중딩을 영화관으로 이끈 EXO의 디오... 크레딧의 끝날 즈음 오로지 디오를 보러 온 철부지 은슈에게 한마디 던졌다. "디오가 참 큰일 했네."@back2analog 2014. 11. 17.
혼자서 건축학개론을 봤다... 난 그냥 재밌다는 말만 듣고, 또 국내 박스오피스 1위라서 은기엄마한테 조조로 같이 보자고 했는데, 은기엄마 왈 "왜, 첫사랑 생각 나서?" 건축학개론은 부부가 함께 보는 영화가 아니란다. 뭐 보고는 싶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보겠다는 동의를 구하고 봤다. 재밌다. 아쉬움이 한껏 묻어난 엔딩이며, 추억을 살린 따뜻한 건축에 대한 생각까지... 전람회 노래에 대한 특별한 기억도 없고, 김동률의 다소 과장된 저음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기억의 습작"은 끝까지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 노래가 흘러나오자 마자 입구 문이 열리며 극장 직원이 고개를 들이민다. 그리고 매우 인내심 있게 기다린 후 크레딧이 올라가자 마자 극장의 불을 켠다. .. 2012.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