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으로 대한민국을 유린한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되어 24년형을 선고 받았다. 2017년 5월 9일, 장미 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마치 알파고와 같은 전략적 행보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길잡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불가능해 보였던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장장 67년 동안 이어져 온 남북전쟁의 휴전을 종식하고 평화협정 체결로까지 치달을 기세다. 이러다가 진짜 북미수교까지 이루어진다면... 난 지난 2017년 9월 19일, ‘2년 안에 북미수교가 이루어진다.’에 30만원을 빼팅한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 (노모씨 아들 모병갑씨는 적금 깰 준비하시라!)
이런 꿈 같은 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묻고 따질 것도 없다. 2016년 10월 29일 시작해 2017년 4월 29일까지 23차에 걸쳐 끈질기게 진행되었던 촛불혁명이 그 시작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국을 촛불로 밝혔던 위대한 촛불시민은 역사적 사명을 완수한 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세월호의 분노가 시민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으로 정권을 파면시킨 촛불시민의 자부심도 마음 속에 깊고 넓게 내재화되었을 것이다. 난 그 내재화된 촛불시민의 자부심이 바로 어지간한 흔들기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70%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치 떡이 있던 자리에 남아 있는 떡고물 처럼... 촛불시민들이 흘린 그 많은 촛농은 누가 다 챙기고 있을까? 2018년 6・13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 성장과는 무관하게 마치 종교처럼 자신의 신념을 신봉해 온 몇몇 시민단체들이 촛불시민이 흘린 촛농들을 모아 촛불시민을 대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영웅이 사라진 시대, 그리고 하나의 시민이 곧 영웅인 시대에 하나의 파편일 뿐인 시민단체는 촛불을 대변하겠다고 나서는 바로 그 순간, 촛불의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촛불이 흘린 촛농만 챙기는 기회주의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백 번 양보해 여전히 자신의 신념으로 시민들을 지도하고 싶다면 시민 속으로 한 발짝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비록 타협할 수 없는 올바른 신념이라고 할지라도 오로지 지키려고만 한다면 진보가 아닌 신념의 보수가 되는 것이다.
제도권 밖에서 불의에 맞서 조직적으로 투쟁을 해 왔던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변화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인 마을로 스며들었다. 어쩌면 노동현장에 투신해 노동운동이라는 불씨를 지폈던 과거 운동권처럼... 마을 속에서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그들의 고단한 노력이 촛불혁명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신념의 오만에 빠져 있는 몇몇 시민단체들은 소위 실체 없는 중앙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시민의 상식 밖에서 권력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자신의 신념을 시민들의 상식 속에 녹일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전위조직이 되어 권력을 향해 투쟁을 하는 것이 맞다. 자신의 신념은 지키고 싶고, 그 신념을 시민의 상식 속에서 녹여 낼 의지와 실력도 갖추지 못한 시민단체들은 전략도, 도덕성도 포기한 채 어설프게 선거에 개입해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근대적 진보주의자(=탈근대의 보수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촛불시민이 흘린 촛농을 챙기고 있는 무리들이 하나 더 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한 번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 본 적이 없는 The 민주당... 그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이,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잘난 국회의원들... 역설은 오만으로 이어지고, 그 오만은 다시 역설을 낳을지니... 촛불을 통해 다시 태어난 시민들이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기대하지 아니할 수 없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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